‘한남2구역’ 수주전 2파전 압축
용산 노른자위 총 공사비 7900억
써밋 vs 르엘, ‘고급화’로 승부수
부동산 침체 장기화 여부가 관건
한남뉴타운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이 대우건설 ‘써밋’과 롯데건설 ‘르엘’의 대결로 압축됐다. 총 사업비만 8000억원에 육박해 ‘하반기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이 사업의 수주를 위해 양사는 브랜드의 자존심을 걸고 정면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11월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어느 쪽이 최종 승리를 거둘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총 5구역으로 구성된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의 재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020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2구역’의 시공사가 조만간 결정된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마감된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최종적으로 참여하면서 수주 경쟁은 ‘2파전’으로 최종 확정됐다.
롯데건설은 10월 19일 입찰 보증금 800억원(현금 400억원·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을 먼저 조합에 납부했고, 대우건설도 입찰 마감일인 23일 같은 금액을 납부했다.
반면, 8월 3일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두 회사와 함께 참여했던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규모의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3.3㎡당 공사비는 770만원, 총 공사비는 약 7900억원으로 하반기 최대 규모다.
이 지역은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지난해 11월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했다. 조합은 오는 11월 중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시기에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중 한 곳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및 입주는 2027년 말에서 2028년 초로 계획됐다.
브랜드 자존심 경쟁…‘한남써밋’ vs ‘르엘 팔라티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 수주를 위해 각기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한 ‘한남써밋’에 JERDE, STOSS, SWNA 등 해외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월드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외관설계는 해외설계사인 JERDE가 맡는다. JERDE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과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 등 세계 각지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명성을 쌓은 글로벌 건축디자인 그룹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남산의 능선이 주는 부드러움과 한강의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외관디자인에 담았다.
조경에는 세계적인 조경설계 그룹이자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 크리스 리드가 이끄는 STOSS 그룹이 참여해 한강과 남산을 품은 명품조경을 조성한다. 특히 ‘한남써밋’만의 11가지 명품테마 산책로를 만들어 단지에 생동감을 더하고, 평면설계에는 디자이너 SWNA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는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을 적용한 ‘르엘 팔라티노(LE-EL PALATINO)’를 제안했다. 팔라티노는 로마 건국신화의 무대이자 시초로, 로마 황제의 궁전과 귀족들의 거주지인 명예와 권위의 언덕이다.
외관 설계는 세계적인 호텔 설계 전문 그룹인 ‘HBA’와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거장 ‘이이남 작가’가 협업했다. 디즈니월드 조경 설계에 참여했으며 미국 No.1 조경설계사인 swa와 협업해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을 살리고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한 명품 조경을 계획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의 인테리어를 설계한 최시영 건축가가 맡았고, Front와 DnSP에서 각각 상가의 외관과 내부 설계를 맡았다. 이외에도 롯데건설은 롯데문화재단과 협업해 단지 내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롯데건설은 호텔보다 더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한다며 ‘BETTER THAN 호텔’을 표방한다고 덧붙였다. 약 4000평 규모의 호텔식 커뮤니티 제공, 사생활 보호를 위한 호텔식 보안시스템 적용, 신속한 의료 서비스 지원 등 모든 면에서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시장 침체가 변수…분양가 조정 대비해야
이처럼 두 건설사가 수주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건 한남2구역이 가진 높은 상징성과 사업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한남2구역은 이태원역과 가장 가깝고 용산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한남뉴타운의 노른자위’로 꼽힌다. 또, 한남재개발 5개 구역 중 3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속도가 빠르고, 일반분양 비율이 45%에 달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이에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누구보다 한남2구역의 미래가치를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조합원의 니즈(needs)를 최대한 반영하여 한남2구역이 가진 잠재력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설계를 제안했다”며 “회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약해 반드시 한남2구역을 ‘한남더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한강의 스카이라인을 다시 쓰는 독보적인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한남2구역을 최고의 명품 주거단지로 선보일 수 있도록 9명의 월드클래스 거장들과 팀을 꾸려 혁신적인 호텔식 설계를 제안했다”며 “나인원한남,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등 국내 최고급 주거공간을 시공한 노하우를 살려 주거공간의 품격을 새롭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분양가, 공급규모, 추가분담금 등의 조정이 예상된다. 그만큼 조합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