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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못준다는데”…재건축 수주 출혈경쟁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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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2.06.29 09:36:30

시공사가 조합에 제공하던 ‘이사비’ 불가
유일한 ‘당근’ 사라져 재건축 시장 혼란
건설사들 부담 줄었지만… 속으론 ‘끙끙’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연합뉴스)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조합에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비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국토부 개정안이 법제화되면서, 부동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주비 지원이 불법화되면 당장은 건설사들의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들고, 시공능력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조합의 사업 추진력이 약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공개되면서 건설·부동산업계의 술렁임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6월 중 공포되고,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말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이 법률안에는 점유자 퇴거 제한(제81조), 이전고시 및 조합해산(제 86조), 자금차입 신고(제111조의2), 시공자 선정 투명화(제132조 2항), 허위·과장홍보 금지(제132조의3), 과태료(제140조) 등이 담겼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사진=국토부)

대부분 그간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운영 과정에서 논란을 야기했던 여러 불투명한 요소들을 줄이기 위한 개정안이지만, 건설업계는 이 중에서도 ‘시공자 선정 투명화(제132조 2항)’ 조항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가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등 시공과 관련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불법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을 대납하는 행위도 불허하는 조항이다.

 


尹정부 “과열 수주경쟁, 뿌리 끊어야”



사실 이주비 제공은 이전부터 국토부 고시(정비사업 계약 업무처리 기준)로도 금지돼 왔지만, 법령이 아닌 고시에 기반한 규정이라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건설사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이주비 무이자 대출 등의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시해왔고, 이로 인해 수주 경쟁의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주목받았던 ‘한남3구역’의 경우 현대건설과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액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 이외에 추가 이주비 대출 LTV 60%를 더한 100% 지원을 약속했고, GS건설은 이주비 대출 한도액 LTV 40%에 시공사 책임조달 50%를 더한 90%를 제시하며 과열 경쟁을 벌였다.

 

한남3구역 전경.(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3사는 국토부, 서울시 등으로부터 합동점검을 받고, 급기야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는 등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예정된 시기를 훌쩍 넘기고 지난해가 되어서야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발효되면, 건설사들은 ‘한남3구역’ 같은 이주비 대출 지원 경쟁을 벌일 수 없게 된다.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기 때문이다.

 


조합·건설사 “마른 하늘에 날벼락”



국토부가 이런 개정안을 준비한 이유는 물론 정비사업의 과열경쟁을 억제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조합원들이 이주비 대출 지원을 건설사로부터 받아내지 못하면, 재건축·재개발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일산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A씨는 “대선 당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표를 받아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이주비 지원을 금지해버리면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란 얘기 아니냐”라며 “조합원 개인에게 이주비 부담이 넘어간다면 누가 조합에 참여하겠냐”고 한탄했다.

분당의 부동산업자 B씨도 “가뜩이나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치솟고 있는데 이주비 대출을 지원받지 못한다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유지가 어렵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느낌일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산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불필요한 이주비 부담을 덜게 된 건설사들 역시 개정안으로 인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축소를 우려한다. 여기에 더해 이주비 경쟁이 사라지면서 반대급부로 상위권 대형 건축사들의 정비사업 독식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이주비 같은 인센티브를 조금 더 제공하는 편법으로 상위권 건설사들과 경쟁이 가능했는데, 이제 이주비 지원이 불법화되면 남는 건 브랜드 지명도 뿐”이라며 “대형 건설사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 알짜 사업장에선 경쟁이 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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