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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비즈] ‘일회용컵’ 없앤 기업들…이별의 ‘다섯 가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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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11.27 11:59:10

서울시·SK텔레콤 등 일회용컵 감축 ‘속도’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에서 시작돼 확산
“지구야 미안하다”…하지만 불안감도 상존

 

SK텔레콤, 스타벅스 등은 이달 초부터 서울 중구를 중심으로 다회용컵 사용 증진에 나섰다. 무교동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컵이 없음을 알리는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공공장소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일회용컵에 관한 이야기를 다섯 가지 감정 표현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미안해요.  버리고 버리다 플라스틱 섬까지 탄생



태평양에 움직이는 섬이 있다. 기현상이 아니다. 바다를 표류하는 플라스틱 아일랜드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넓디넓은 섬을 이룬 것이다.

플라스틱은 오래도록 썩지 않고 잔존한다. 수명이 수백년이라 하니 그 마지막을 인간보다 오래 사는 장수거북 정도나 볼 수 있으려나. 마침 거북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사진을 기억하시는지. 지난 2015년 코스타리아 연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던 바다거북이의 모습을.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그 장면은 당시 적잖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이후 배달 음식 시키는 빈도가 늘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그 용기는 바다로 갈 것인가 육지에 남을 것인가. 여하튼 지구상 어딘가에서 쓰레기로 장수할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게 미안하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사진=선명규 기자)

 


#좋아요.  변화는 과감하게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대대적 도모가 이달 초 시작됐다. 장소는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일회용컵 감축이 목표다. 좋은 목적을 가진 변화는 과감해야 한다. 그리고 거드는 손이 많을수록 과단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서울시 다회용컵 시범사업’이다. 서울시와 재단법인 행복커넥트가 공동 추진하는 해당 사업에 SK텔레콤, 스타벅스와 달콤커피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 카페 등이 참여하며 속도가 붙었다. 우선 추진 목표는 서울 중구, 종로구 지역 커피전문점 20여 곳에서 일회용컵 퇴출. 빈자리는 다회용컵이 대신한다.

절차는 이렇다. 음료를 주문한 고객이 시범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선택하면 추가로 보증금 1000원을 낸다. 이후 시범사업에 참여한 커피전문점 매장, 서울시청 로비, 을지로 SKT타워 등에 설치된 무인 반납기를 통해 반납하면 보증금을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간단하고 쉽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간혹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유가 뭘까?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용해봤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 컵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내용물을 비운 뒤 투입구에 넣으면 보증금 1000원이 반환된다. (사진=선명규 기자)

 


#불편해요.  컵 비우고 한 개씩 반납



절차는 간소했다. 컵에 붙은 음료 안내 스티커를 떼고 남은 내용물을 비운 뒤 투입구에 넣는 것이 우선. 이윽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단을 선택하면 끝난다.

불편함은 컵을 한 개씩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초래됐다. 따라서 사람 몰리는 시간대, 특히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맞물린 때는 붐빌 수밖에 없다. 시범매장은 주로 회사가 몰린 지역에 위치했다. 다 쓴 다회용컵을 모아뒀다 한번에 가져오는 이용객도 정체의 원인이다. 한 50대 여성은 “그때그때 반납하기 번거로워 집에 쌓일 때쯤 전부 가져왔다”며 “보다 빠르게 처리 가능하도록 컵 여러 개를 동시에 인식하면 좋겠다”고 했다.

보편성에도 취약하다. 기계는 사람과 다르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이용도 벅찬 노년층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무인기계를 수월하게 쓰기 어렵다. 매장에서 화면을 한참 살펴보던 한 70대 여성은 “컵을 어디에 넣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투입구는 반납 전 주의사항을 읽고 작게 쓰인 ‘네’를 눌러야 열린다.
 

컵을 한 개씩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 몰리는 시간대에는 다소 붐빌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불안해요.  정말 깨끗해요?



과연 깨끗한가? 다회용컵에는 씻기지 않는 이 같은 물음표가 붙어 있다. 특히 카페에서 제공하는 일부 메뉴에는 우유, 휘핑크림 같은 ‘기름진’ 성분이 포함돼 있어 깨끗하게 세척되는지 의문이라는 눈초리다.

그래서일까? 이번 사업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청결’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반납된 컵은 7개의 단계를 거쳐 다시 매장으로 돌아온다. 세척 전문 기관에서 외관 상태 확인–애벌세척–소독침지(浸漬)–고압자동세척–물기제거 및 자연건조-UV살균건조 등을 거친다. 그리고 이 같은 체계는 여러 회사의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한 협업으로 완성됐다.

먼저 SK텔레콤은 무인 반납기가 지정된 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비전 AI(Vision AI) 기반의 데이터 적재·학습·배포 작업을 맡았다. 보증금 환불이 가능한 다회용 컵인지 판별하고, 이물질·잔여음료·뚜껑 등이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사용된 컵의 세척은 다년간 식기 렌털 및 세척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주식회사 뽀득과 예비 사회적기업 행복브릿지가 진행한다. 다회용컵 생산은 다양한 온도의 음료를 제공하고 고온 세척 및 반복 사용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전문성을 갖춘 테이팩스가 담당한다.

배송과 회수는 종합 물류 전문 기업 로지스올이 맡았으며, 폐기 컵을 비롯한 프로세스 전반의 자원순환 관리는 SK지오센트릭이 맡는다. 이처럼 청결을 위해 맞잡은 손이 여럿이다.
 

서울시 다회용컵 시범사업 구조도 (SK텔레콤 제공)

 


#기대돼요.  연간 1억개 감축 효과



불편과 불안 요소는 있지만, 다회용컵 사용으로 얻을 효과는 클 전망이다.

SK텔레콤과 행복커넥트는 서울시 시범사업 참여 매장이 꾸준히 증가하면 사업기간인 3개월 동안 약 120만개의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이후 효과성 검증을 통해 추후 서울시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서울 지역 일회용컵 없는 12개 매장(무교동점·무교로점·한국프레스센터점·시청점·시청플러스점·을지로삼화타워점·을지로내외빌딩R점·을지로국제빌딩점·을지로경기빌딩점·서소문로점·서소문점·별다방점)을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예상 일회용컵 감축량은 약 50만개다. 향후 서울과 앞서 일회용컵 퇴출을 시작한 제주도 전 매장으로 다회용컵 사용이 확대될 경우 연간 약 1억개 이상의 일회용컵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익성 스타벅스 기획담당은 “다양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 중”이라며 “개인컵 및 다회용컵 사용에 대한 고객 인지도를 높여 일회용컵 사용 감축량이 증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점을 찾아가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판은 깔렸다. 성공 여부는 추진 기관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달렸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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