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직전에 사퇴하자니 모양 빠져
그렇다고 당헌당규 개정하기도 부담돼
당대표 내려놓고 선대위 맡는 절충안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또다시 임기 논란에 휘말렸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가 책임 있게 보궐선거를 치르고 임기를 다 하는게 어떨까 한다”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김 원내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권 주자는 대통령 선거일 1년전에 모든 당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2022년 3월 9일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전인 2021년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문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가 내년 4월 7일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가 3월 9일 직전에 사퇴하면 민주당은 한 달 가량을 사령탑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된다.
김 원내대표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 선거를 차질없이 치르러면 지도부 체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핵심당직자는 17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어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보선이 차기 대선의 전초전 격으로 치러지는 중요한 선거인만큼 이낙연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개인적인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여러 해법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대표가 보궐선거도 차질없이 이끌고 대권에도 출마하려면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권 주자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에서 ‘6개월 전’으로 고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헌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보선에서 선대위 위원장을 맡으면 된다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CNB에 “이 대표가 보궐선거 과정에서 중간에 그만두는 것보다 선거를 치르고 그만두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권후보는 대선 1년전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을 개정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재보선 과정에서) 선대위 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당헌·당규 개정까지 갈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논란이 부담스러운듯 즉각 진화에 나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 발언 직후 “당지도부에서 당헌 개정이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당 대표 없이 큰 선거를 치르는 게 좀 허전한 구석이 없지 않아서 당내 컨센서스만 이뤄진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내 희망사항을 아무하고도 의논 안하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