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공무원 노동조합원 일부가 지난 7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측에서 "안병용 시장의 호주 윔블던 출장 등 4가지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요청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市 기획예산과장의 암묵적 지시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CNB뉴스의 취재 과정에서 지난 11일 의정부시 기획예산과장은 "기획예산과 예산법무팀에 있는 변호사에게 (정의당 측) 질의의 합법성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지시했고, 이후 법률자문 결과를 예산법무팀 소속이었던 의정부시 공무원 노조위원장인 김형태 위원장에게 이를 말해줬다"라고 언급했다.
상급자가 법률자문 후 직원인 노조위원장에게 암묵적 지시?
직속 상관이 '정의당의 자료요구가 적절하지 않다'는 법률자문 결과를 노조위원장인 직원에게 상세하게 알려준 것은 암묵적인 지시가 될 수 있다. 기획예산과장도 그 점을 인정했다. 상식적으로 과장이 법률자문을 지시해 얻은 결과라면, 상부에 보고할 일이지 팀장도 아닌 한 직원에게 보고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직원이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노조위원장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지난 7월 29일 CNB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3일 정의당에 자료 요청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누가 시킨 것이냐"는 기자의 질의에 김형택 의정부시청 공무원 노조위원장은 "누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 어느 한 노조 조합원의 강력한 의견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력한 의견을 낸 한 노조 조합원이 누구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하지만 기획예산과장의 진술에 의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시장 관련 자료요청에 공무원 노조가 왜 '발끈?'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 측에서 안병용 의정부시장 호주 출장 보고서 등 4가지 자료를 요청하자, 느닷없이 당사자인 안병용 시장도 아닌 공무원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통해 "특정 국회의원의 위법한 자료 요구를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노사 관계는 임금협상이나 처우개선 요청 등으로 상호 대립과 견제의 관계이지, 노조측이 사측을 비호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위원장이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의 복지 및 처우개선을 위해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측을 대변하는 일을 하는 것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의당은 전국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어서, 공무원이라도 노조의 반발은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사고 있다.
당시 7월 27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 보좌관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정부시에서 (안병용 시장과 추진하는 사업 관련) 민원이 들어와서 의정 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요청한 것 뿐"이라며 "차라리 일을 매끄럽게 하려면 저희에게 전화를 주시든 아니면 '자료 요청은 시책 사업이니 드릴 수가 없다'라고 답변하면 합리적인데, 공무원 노조에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고 하는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의정부시 공무원 노조가 우리 정의당 중앙당을 지적하는 바람에 원내 대표와 상의하고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할 사안이 됐다"라며 "국회 사무처 등 변호사들을 통해 법률 자문을 한 후, 문제가 없으면 향후 기존 질의한 내용의 자료를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류호정 의원 측이 7월 15일 의정시스템을 통해 7월 21일까지 제출을 요청했던 4가지 자료는 안병용 시장의 호주 윔블던 출장 관련 계획서 및 보고서, 국제테니스장 용역 보고서, 국제테니스장 건립 관련 자료, 기타 의정부시 체육시설 관련 자료 등이다. 현재 의정부시는 이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CNB뉴스= 경기 의정부/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