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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역시 ‘어회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3연임’ 도전기

‘고졸 행원 신화’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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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9.02 09:26:33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1일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서 열린 푸르덴셜생명의 KB금융그룹 자회사 편입 기념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제공)
 

KB 차기 회장 인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지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고졸 행원으로 입사해 회장 자리에 올라 추락하던 KB를 다시 1위로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백팩 멘 회장님’으로 통할 정도로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소통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노조 일각의 반대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어회윤’(어차피 회장은 윤종규)은 계속될까. (CNB=도기천 기자)

 


차기회장 인선 초읽기 돌입
윤 회장 6년 성과에 쏠린 눈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8일 4명의 회장 후보자를 최종 확정했다. 윤종규 현 회장을 비롯,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 허인 국민은행장이다.

회추위는 후보자 10명을 놓고 자격요건 및 역량평가 등을 진행해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을 확정했다. 오는 16일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평가 인터뷰를 실시한 뒤 회추위 재적위원 2/3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를 예비 회장(단수 후보)으로 낙점한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역시 윤 회장이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서도 3연임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 이는 그가 지난 6년간 일군 여러 성과에 기인한다.

우선 윤 회장은 KB를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금융’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거 KB는 CEO 교체 때마다 외풍이 불었다.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회장·행장은 모두 정권 실세나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몫이었다.

여기에는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국민은행은 서민금융을 총괄하는 국책은행으로 출범했지만, 1995년 국민은행법이 폐지되면서 일반상업은행으로 탈바꿈했고, 2003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완전 민영화됐다.

하지만 1대주주는 여전히 국민연금공단(지분율9.97%)이다. 나머지는 외국인(65.57%)과 소액주주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정부(보건복지부)가 대주주인 셈이다 보니 외풍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윤 회장은 최초의 내부 출신 CEO라는 점에서 전임 회장·행장들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한 사실상 ‘고졸 출신’ CEO다. 은행 일을 하며 밤에는 대학(성균관대, 서울대)을 다니며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던 2002년에 김정태 전 행장의 러브콜을 받고 국민은행에 들어왔다. ‘1채널’(옛 국민은행)이나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에 속한 토종 ‘KB맨’은 아니지만,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부사장 등을 거치며 성과를 인정받아 첫 내부출신 지주회장이 됐다.

 

윤종규 회장(왼쪽)이 지난달 19일 유튜브 생중계 ‘e-소통라이브’를 통해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KB금융 제공)
 

외풍 물리치고 ‘독립금융’ 변신



이런 배경을 기반으로 윤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배구조 개혁에 나섰다.

우선 2015년 업계 최초로 주주 사외이사후보추천 제도를 도입, 여러 단계를 거쳐 선출된 사외이사들이 회추위를 구성해 회장 후보를 정하도록 했다.

이번 회추위의 경우도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됐다. 선우석호 전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회장,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김경호 홍익대 교수,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오구택 중앙대 교수 등 7명이다. 내부규정에 따라 이들 모두 KB나 정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더구나 현직 회장은 회추위에 들어갈 수 없고 의결권도 없다.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윤 회장 본인조차 후보군에 포함됐는지 몰랐다는 게 KB측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입김을 넣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개혁의 방점은 ‘소통’



이처럼 외형적으로 투명한 독립금융 체제를 갖췄다면, 안으로는 ‘소통’에 방점이 찍혔다.

윤 회장이 첫 취임한 2014년 10월은 낙하산 인사로 인한 노조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또 회장-행장 간 수개월 다툼을 벌인 ‘KB 사태’ 직후이기도 했다.

그래서 윤 회장은 KB그룹이 하나로 뭉쳐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원(one) KB, 원펌(one-firm)’ 운동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타운홀미팅’이다. 그룹의 경영 전략, 경영 성과 등을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격없이 묻고 답하는 자리다. 매년 상반기에는 12개 계열사별로, 하반기에는 전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 유튜브 생중계 형태로 ‘e타운홀미팅’이 열리고 있다.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열심이다. 윤 회장은 육아·외국어학습·재테크·결혼·워라밸 등을 주제로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e-소통라이브’를 가졌다.

이 외에도 윤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 ‘CEO와의 대화’ 코너를 통해 현장활동과 경영 메시지 등을 수시로 전하고 있으며, 익명 게시판 ‘핫이슈 토론방’ ‘원 KB 톡톡’ 등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

KB그룹에서는 윤 회장이 백팩을 메고 다니며 직원들과 격없이 얘기하고, 회사 인근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는 모습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12일 MZ세대 직원들과 첫번째 ‘e-소통라이브’를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외형과 내실 모두 ‘쑥쑥’



이 같은 안팎의 변화는 KB의 실적을 견인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KB는 윤 회장 취임 후 6년간 크게 성장했다.

KB금융의 자산은 2014년 308조4000억원에서 569조6000억원(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작업도 마무리됐다. 투입한 자본에서 얼마만큼 이익을 내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14년 5.03%에서 올해 상반기 8.88%로 상승했다. 윤 회장 취임 직전인 2014년 상반기 국민은행의 실적은 하위권이었지만, 지난 2분기 실적은 업계 1위였다.

금융권에 닥친 사모펀드 사태에서 KB금융만 비껴간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러 은행들이 파생결합펀드(DLF)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최근 1년간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증가했다.

이런 성과들로 인해 KB 안팎에서 ‘어회윤’(어차피 회장은 윤종규)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윤종규 회장과 경영진이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로 워크숍을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노조 반대 등 걸림돌도



하지만 노조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도 높다.

KB금융 노조는 성과 제일주의, 업무 강도 심화 등을 이유로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젊은 디지털 리더론’도 윤 회장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KB 사정에 밝은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CNB에 “갈라진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추락하던 KB를 1위 금융으로 일으켜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커진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당면 과제는 (코로나19로) 달라진 근무환경을 디지털 패러다임에 맞춰 얼마나 빨리 최적화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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