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활짝 웃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확대되면서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탄력받은 게임업계는 하반기에도 주요 신작 출시를 예고하며 성장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의 규제와 코로나19로 인한 마케팅 축소는 부담을 주고 있다. CNB가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있는’ 게임업계를 들여다봤다. (CNB=김수찬 기자)
언택트 효과로 최대실적 행진
“기회는 이때” 신작 대거 출시
중국의 韓규제 여전히 걸림돌
장면1 언택트 효과 ‘승승장구’
국내 게임업계가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기며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게임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
게임사 ‘빅3’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기존 게임과 신작의 ‘쌍끌이’ 흥행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넥슨은 올 2분기 매출 7301억원, 영업이익 3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06% 늘었다. 엔씨소프트 또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5386억원, 영업이익은 61% 늘어난 2090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매출 6857억원(30.3% 증가), 영업이익 817억원(146.1% 증가)이었다.
중견 게임사들도 코로나19 특수효과를 누리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흥행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90.1% 증가한 379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402.5%나 증가한 1613억원을 기록했다. 컴투스도 매출이 18.8%(1475억원), 영업이익은 17.8%(380억원) 늘었다. 다만 펄어비스는 매출 1317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2.4% 감소했다. 신작 부재 영향으로 다소 부진했다.
장면2 신작 봇물…앞날도 ‘화창’
앞으로도 이런 실적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신작 출시와 대규모 업데이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신작을 대거 출격시킨다. ‘블레이드앤소울2’와 ‘트릭스터M’, ‘퓨저(FUSER)’가 그 주인공이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블레이드앤소울의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오픈 월드 모바일 MMORPG다. 동양 판타지 풍을 배경으로 높은 자유도와 액션성이 구현될 예정이다. 트릭스터M은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으로,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서비스했던 ‘트릭스터’ IP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엔씨는 콘솔·PC 플랫폼 게임 퓨저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퓨저는 엔씨의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와 미국의 음악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 ‘하모닉스’가 제작 중인 음악 게임이다. 하반기 북미와 유럽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CNB에 “신작 출시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해외 시장을 발판 삼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넥슨은 기존 흥행작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의 선전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최대 비밀병기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이 게임은 중국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자를 6000만명이나 모아 화제가 됐다. 지난 12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잠정 연기됐다. 출시일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CNB에 “모바일 게임인 ‘바람의 나라:연’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피파 모바일’ 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BTS 유니버스 스토리’와 ‘세븐나이츠’에 집중하고 있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방탄소년단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신작 모바일 게임이다. 지난 18일 전 세계 이용자(중국, 베트남 제외)를 대상으로 사전 등록을 실시했다. 자사 대표 IP인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세븐나이츠2’와 ‘세븐나이츠:타임 원더러’는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CNB에 “기존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분기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 비중이 75%에 달했다. 하반기 출시작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기업인 컴투스와 게임빌, 크래프톤 등도 하반기 신작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컴투스는 올 4분기까지 ‘히어로즈워: 카운터어택’과 ‘서머너즈워’ IP 기반 게임 2종, ‘버디크러시’를 내놓는다. 게임빌은 오는 11월 랜덤 디펜스 RPG ‘아르카나 택틱스’ 글로벌 버전을 출시한다. 크래프톤 역시 PC용 MMORPG 게임 ‘엘리온’을 통해 실적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면3 걸림돌은? 역시 중국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은 게임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돼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점에서다.
실례로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중 하나인 ‘게임스컴 2020’은 온라인 개최를 알렸으며, ‘리그오브레전드(롤)’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도 지난 6월 온라인으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게임 전시회 등 오프라인 행사가 사실상 열리지 못하면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보 활동이 매출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온라인 행사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판호(중국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 재개 역시 게임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했고 이에 따라 외자 판호 발급이 중단됐다.
중국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과 이번달 두 차례에 걸쳐 총 55종의 판호를 발급했다. 한국 게임은 단 한 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 문제라 민간 차원에서 언급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판호 재개가 국내 게임사의 장밋빛 전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