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이 상장과 동시에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박을 내면서 다음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대어’들에게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코로나19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장예정 게임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누가 ‘제2의 SK바이오팜’이 될까? (CNB=도기천 기자)
SK바이오팜, 넘치는 유동성에 대박 행진
게임사 등 코로나 수혜주 상장추진 ‘속도’
증권가 “제2의 SK바이오팜 언제든 가능”
“지금 꿈을 꾸는 것 같다”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이사는 상장 첫날인 지난 2일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조 대표의 말처럼 이 종목은 믿기 힘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달 23∼2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경쟁률 323대 1을 기록하고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인 31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공모가는 주당 4만9천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의 200%인 9만8천원이었다. 시초가는 공모가 기준 90~200%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최상단(200%)에서 결정된 것. 더구나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7일 종가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무려 341.8% 급등한 21만6500원이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은 16조9548억원으로 부풀어 코스피 시총 순위 20위권 내에 진입했다. 모기업인 SK(18조3640억원)와 SK텔레콤(17조 6026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SK의 생활과학(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부문이 단순 물적 분할되면서 설립된 중추신경 관련 신약 개발업체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얻어냈다는 점이 대형호재로 작용했다.
새로 쓴 증시역사…IPO시장 ‘활짝’
이처럼 SK바이오팜이 잭팟을 터트리면서 올 하반기 이후 상장 예정된 종목들 또한 고무된 분위기다.
현재 공모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대어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태광실업, 호텔롯데,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증권업계는 이 중에서도 게임사인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코로나19 반사이익과 중국 시장 기대감 등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기 때문.
실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게임주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 빅3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시가총액은 최근 50조를 돌파했다. 넥슨과 엔씨가 각각 20조를 넘어선데 이어 넷마블이 시총 8조원대로 올라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23%, 99.3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08%, 영업이익이 99.9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넥슨 역시 두자릿수 증가세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판호 발급 재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2017년 3월부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했고 이에따라 외자 판호 발급이 중단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판호 재개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는 신작 공개 행사에서 국내 IP 기반 신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관광공사와 중국 최대 여행기업 트립닷컴은 지난 1일 공동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 행사를 벌이는 등 과거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도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로 내린 후 1년 만기 기준 1% 금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이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몰리고 있다.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 자금인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이 최근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했는데, 연초보다 20조원 넘게 불어난 규모다.
이에 힘입어 3월 19일 1457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현재(7일 종가기준) 2164까지 회복됐다.
이런 여러 상황 속에서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추진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10조원 공룡’ 크래프톤
우선 신호탄은 카카오게임즈가 먼저 쐈다.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시장 등록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한 것.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매출액 3910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의 실적을 올린만큼 기업가치가 2조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가총액을 2조원으로 잡을 경우, 상장 예정 주식수는 7320만주, 공모가는 2만8000원 안팎이 예상된다.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은 아직 주관사를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 상장이 유력시 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하나만으로도 기업가치 약 5조원을 인정받는 상황이어서 현재 준비 중인 엘리온 등이 성공적으로 론칭할 경우 10조원의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넥슨에 이은 게임업계 2위의 영업이익을 신고하면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비상장주식 커뮤니티인 38커뮤니케이션에서 1주당 83만5000원에 거래된 이력이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은 가격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게임사들의 경우 상장 성공여부를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크래프톤의 경우 기업가치를 최대한 올려서 상장하려고 (기업공개 시작할)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통·제조 ‘흐림’ vs 게임·제약 ‘맑음’
한편 게임사 외에는 호텔롯데, 빅히트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텔롯데는 아직 상장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상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회자되는 기업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주) 지분 11.1%를 가진 2대주주인데다,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숙원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한국과 일본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영구조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심의 통합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신 회장이 지난달 24일 일본롯데홀딩스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호텔롯데 상장 또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올해 안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의 작년 매출이 5872억원, 영업이익이 987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한국콜마 자회사였던 CJ헬스케어도 기업공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상장 시 공모 규모는 4000~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공개 시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유통·제조 기업들은 상장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는 반면 코로나 수혜업종인 게임·제약사의 경우는 증권사들이 서로 상장 주관사가 되려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제2의 SK바이오팜이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