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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르포] 코로나19 앞에 무너진 대한민국…고통 언제 끝나나

업종불문 ‘셧다운’…대기업들 ‘플랜B’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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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3.17 10:36:07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모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16일 오후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약국 앞에 줄지어 서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체감경기는 이미 불황을 넘어 ‘공황’ 상태에 진입했다.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사업장이 하루 수천 곳에 이르고 있다. 외식·여행·관광은 물론 제조·유통 등 전 산업 분야로 고통이 확산 되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CNB가 무너진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문닫는 사업장 하루 1천곳
수출·내수·생산 모두 ‘꽁꽁’
서민들 “IMF때보다 어려워”
고통 언제 끝날지 예측불허

 


“살아서 보자”

재택근무, 무급휴직, 사업장 폐쇄, 사실상 실직, 개점휴업….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도 겪지 못한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 농담처럼 번진 “살아서 다시 보자”던 말이 지금은 실제 생존을 걱정하는 안부인사가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휴업수당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16일 현재 2만여 곳에 이른다. 한달 전만해도 하루 신청기업이 2백여 곳에 그쳤으나 지금은 매일 1000곳 이상이 신청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때는 주로 여행사들이 휴업신청을 많이 했으나 현재는 전 업종으로 번진 상태다. 정부는 우선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 1만3845곳 사업장에 근무하는 17만1476명(추정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긴급지원에 나선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13일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8% 이상 급락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거래를 일시정지하는 제도)가 발동된 것을 비롯, 연일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7일 오전 현재 1650선까지 내려가 올해 고점(2257) 대비 26%나 주저앉았다. 좀처럼 요동치지 않던 회사채 시장도 심상치 않다. 장내채권 시장에서 투매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장면1  ‘묻지마 봉쇄’에 무너진 항공업계

이런 상황은 산업현장의 실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우선 피해가 가장 큰 분야는 항공·여행업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65만262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8% 줄었다. 중국 노선 여객 수가 85.2% 감소했으며 일본과 동남아는 각각 70.6%, 62.1% 줄었다. 미주와 유럽도 각각 11.8%, 29.8%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곳은 총 136개 국가·지역에 이른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주부터 국제선 운항이 올스톱 됐다.

사실상 전세계 대부분의 하늘길이 끊긴 데다 남은 노선도 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오는 6월까지 항공업계 매출피해는 5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항공사들은 직원의 휴직과 월급 삭감 등 비상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업계 1위 대한한공은 현재 국제선 여객 노선 기준으로 원래 운항하던 주간 운항횟수(총 920회)의 80% 이상을 중단한 상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IMF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위기”라며 고강도 추가 자구책을 예고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전 직원이 10일간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며,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 LCC(저비용항공사)들은 1개월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갔거나 급여를 대폭 삭감하고 있다.

 

발길 끊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여행사 창구. (사진=연합뉴스)

 

장면2  불똥 맞은 카드사들 ‘벙어리 냉가슴’

항공업 타격에 카드사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권 취소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카드사가 항공사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가지급금이 불어나서다.

카드사는 고객의 항공권 결제 후 2영업일 내에 항공사에 항공권 대금을 미리 주고, 다음달 고객에게 카드 결제액을 청구해 왔다. 따라서 결제가 취소되면 고객에게 카드금액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이미 항공사에 지급한 항공권 금액을 항공사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한다.

항공업계가 업황을 회복해 매출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미수금이 해소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카드업계로서는 미수금을 떼이는 건 아닌지 속이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삼성·KB국민·우리·현대·롯데·BC·하나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가 항공사로부터 받아야하는 미수금이 최소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인파로 붐볐던 대구시 중구 종로의 지난 토요일(14일) 저녁 모습. 거리가 텅 비어 있다. (독자 제공) 
 

장면3  외식업계 “IMF 때보다 더하다”

대면접촉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외식업계의 겨울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3~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업소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객 감소율이 65.8%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외식 횟수가 3분의 2나 줄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보면 한식의 고객 감소율이 70.9%로 가장 높았고, 치킨전문점은 67.3%, 일식·서양식은 61.2% 등이었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 상권은 초토화됐다. 이 지역 확진자는 전체 8236명(16일 0시 기준)의 88%인 7230명에 이르며, 사망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 15일 대구시 전체를 비롯해 경산·청도·봉화 등 경북일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현지에서는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청난 피해를 감당하기에는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도 실제 지원까지는 행정절차상 상당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구시 중심부에서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시연(52)씨는 17일 CNB에 “대구 중심상권인 동성로·종로 일대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며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하루속히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과 세계적 대유행(팬더믹)의 현실화에 따라 외식 소비심리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시 핵심 상권인 중구 종로의 한 가게 앞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장면4  백화점·마트가 코로나 온상? 매출 ‘뚝’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대형쇼핑몰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인식돼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고객이나 직원 중에 확진자가 속출해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이 지난 14일 근무자 확진 판정으로 휴점한 것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5개점이 코로나 확진자의 방문으로 며칠간 문을 닫아야 했다.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도 각각 3개, 2개점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일시 폐쇄됐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이 약 31%,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 매출은 20% 급감했다. 롯데쇼핑은 자구책으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전국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중 30%에 달하는 200여개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외환위기(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사상 최악의 1분기로 기록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경제의 한 축인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5  세계경제 꽁꽁…수출 충격

문제는 내수산업 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각국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이라 수출 분야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차의 타격이 크다. 코로나 초기에는 중국 내 완성차 공장가동 중단이나 중국산 부품 공급부족으로 인한 국내 생산차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전세계적인 생산차질, 판매부진 등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판매가 3만9290대, 해외 판매가 23만5754대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26.4%, 10.2% 감소했다. 기아차·한국지엠(GM)·르노삼성·쌍용차의 국내외 판매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평균 11%가량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국내 자동차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생산은 26.4%, 내수는 18.8%, 수출은 25.0% 감소했다.

그동안에는 국내에서 잠시 부진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어디도 영향을 피할 곳이 없어 보인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CNB에 “코로나 사태로 발주가 중단되면서 개점휴업 상태가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더 길어지면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양책과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오후 장 마감된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도 코스피는 3% 넘게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6  재계 ‘B플랜’ 가동

코로나19 사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들은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지수는 16일(현지시각) 무려 13%나 폭락하는 등 코로나 사태 이후 30% 넘게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새 3번이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뉴욕 증시 사상 유례없는 사례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까지 인하했고, 이어 한국은행도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연 0.75%로 파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0%대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주요국들은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은행예금으로 갈 돈이 증시, 투자, 고용확대 등 실물경제에 투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고통이 계속될지 예측조차 어렵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는 충격이 제한될 것으로 봤고, 실제도 그랬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염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측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당시에 견줄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위기가 곧 기회라며 오히려 투자를 늘렸었는데, 지금은 바이러스가 사라져야 해결되는 문제라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쪽으로 B플랜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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