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5년마다 위탁사업자를 선정하는 스포츠토토의 사업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 사업자인 케이토토와 도전장을 낸 제주반도체와 에이스침대 간의 3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종 승자는 이달 중에 가려질 전망이다. 과연 누가 웃게 될까. (CNB=도기천 기자)
‘황금알’로 인식되며 입찰 때마다 논란
입찰원칙 우왕좌왕…누가되든 여진 남아
전문가들 “공공성·일자리창출 우선돼야”
그동안 여러 곡절을 겪었던 스포츠토토의 사업자가 1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오는 9일까지 입찰서류 마감을 끝내고 14~16일 참여업체별 제안발표를 거친 뒤 곧바로 새사업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스포츠토토는 연 매출 5조원의 매머드급 사업이라는 점에서 입찰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는 지점수가 많은 은행과 연계한 사업자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입찰 방침이 문제가 돼 심사평가 기준이 바뀌기까지 했다.
애초 공단은 입찰 업체 자금관리 계획 평가 항목에 은행 지점(점포) 수 대비 가산점 제도를 신설했었다. 스포츠토토 당첨금을 지급 받을 때 접근성이 좋아야하므로 지점이 많은 은행과 지급대행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에게 우대점수를 주겠다는 것.
이 때문에 NH농협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600곳 이상의 점포가 있는 은행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기준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점수 660개로 6점, 우리은행은 869개로 8점, 1100개 이상 지점을 가진 NH농협은행은 만점인 10점이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농협은행과 손잡은 업체가 사업권을 따내게 되므로 편파적”이라고 지적했고, 은행과 손을 잡지 못한 입찰업체들이 공정성을 문제 삼는 등 논란이 커졌다. 결국 공단과 조달청은 은행 점포수 대비 차등 점수제를 폐기하고 다시 입찰공고를 냈다.
케이토토, ‘두 마리 토끼’ 선점
현재 사업자인 케이토토는 지난 5년간의 사업실적과 일자리 창출 등을 무기로 내세워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토토는 2017년 약42억원, 2018년에는 약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에도 41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정액 범위에서 한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행산업의 특성상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내게 되면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기업이윤을 올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수익을 못 낼 경우 ‘스포츠 활성화 및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한 국가 사업’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케이토토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부는 ‘수출대기업 지원 중심’의 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대기업→중소·벤처’ 순으로 내려가는 수직적 구조의 산업생태계를 ‘사람(노동자)’을 중심에 두는 쪽으로 급속히 재편하고 있는데, 여기에 바탕이 되는 것이 ‘일자리 안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사업자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공적 사업은 일자리 창출, 상생 경영 등 공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 또한 ‘일자리’ 부분을 위탁사업자 선정에 있어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케이토토의 고용 창출 성적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초 위탁사업을 시작했던 2015년 7월 당시 186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208명으로 22명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게임 개발과 구매 플랫폼 개선 등에 있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가 독점사업을 수탁하는 사업자로서의 의무는 철저히 이행하되, 불법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효율적인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반도체, ‘사회공헌’ 앞세워
케이토토의 강력한 도전 상대로 부상한 제주반도체는 2018년부터 동행복권(구 나눔로또)을 위탁사업하고 있다. 복권 사업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에 스포츠토토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실적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복권사업 첫해인 2018년에 약28억원의 적자를 봤다. 작년에도 최소 2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 되고 있다.
또한 ‘고용’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복권위원회 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나눔로또 시절인 2017년 12월말 136명이었던 임직원은 55명 규모(2019년 6월말 기준)로 크게 줄었다.
로또와 토토를 같이 운영하겠다는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국가공익기금을 조성하는 사업들을 한 업체가 독식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CNB에 “사회공헌에 중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의도된 적자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독점 논란에 대해서는 “로또와 토토를 같이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게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가구업계 중견기업으로 알려진 에이스침대는 매년 꾸준히 3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알짜기업이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약360억원에 이른다. 매출도 2017년 2005억원에서 2018년에는 2258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이런 호실적 덕에 유동자산이 약800억원(작년 9월말 기준)에 이른다.
에이스침대는 이번 입찰에 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사행 사업과 거리가 먼 가구 기업인 데다 공공사업 참여 경험도 없다는 점에서 어떤 입찰 전략을 펼칠지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새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인하대 겸임교수(경영학)는 CNB에 “정부가 위탁하고 있는 합법적 사행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국민들의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투명하고 일관된 심사기준을 가져야한다”며 “무엇보다 국민체육진흥이라는 공적사업의 성격인 만큼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목표에 부응할 수 있는 사업자가 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