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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소외계층에게 불리한 대학입시제도, 그냥 둘 것인가

입시전형은 단순할수록 공정성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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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19.11.14 08:56:09

본래 입학사정관제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그 계기는 유태인이 높은 점수를 받아 하버드대에 다수가 진학하기 시작하여 1922년에는 신입생 20퍼센트 넘게 유태인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태인은 앵글로 색슨계 백인(WASP)보다 기부금을 잘 내지 않는 등 대학에 공헌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자 대학 당국은 유태인 신입생을 줄이려는 의도로 1923년부터 입학지원서에 인종, 종교, 부모의 성, 부친의 출생지 등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이는 유태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특정 지원자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어도 무조건 불합격시킬 수는 없었기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해낸 입시제도가 바로 ‘입학사정관제’다. 이 제도는 당시에도 특정 인종을 배제하고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들을 자의적으로 선발하기 위한 제도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처럼 하버드대학이 실시한 입학사정관제는 유능한 유태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교묘하게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의 기능과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버드대학과 같은 문제를 가진 미국의 명문사학 아이비리그에 속한 예일대학과 프린스턴대학 등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고, 1940년대에는 기부금만 내면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기부입학제로 알려진 특별전형까지 신설했다. 이로 인해 유력 자본가들의 자제들이 기부금을 내고 학위를 취득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며, 대학은 엄청난 자본을 거머쥐게 되었다.

입학사정관제 하에서 입학사정관이 성적 이외에 인성, 과외활동,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자의적으로 선발한 결과, 하버드대학의 1933년도 입시에서 유태인은 15퍼센트로 줄어들었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20세기부터 대부분 입학사정관제와 종합평가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미국대학들은 고교 내신 성적(GPA),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또는 ACT)점수, 수상 경력, 에세이, 교사 추천서, 자원봉사 등 과외활동, 소수 인종 출신 등 가정환경,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2018년 수능일날 서울 용산구의 한 시험장에 입시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제는 서울대 등이 2008년도 입시에서 시범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으로 확대됐고, 이후 거의 모든 대학들이 실시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지배계급인 앵글로 색슨계 백인들이 그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실시한 입학사정관제를 하필이면 문화적 배경, 교육적 기반과 국민정서가 판이한 우리나라에 도입한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

교육에 있어서 공정성이란 ‘교육기회의 균등(평등)’을 말한다. 이는 육상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선수들은 그들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서 시차(時差)를 달리하여 결승점을 통과함으로써 순위가 결정된다. 이것이 무너지면 반드시 결과의 불평등을 가져오게 되어있다.

진정한 민주주의국가라면 교육에 있어서만은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그들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교육제도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한 룰(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교육제도도 스포츠 룰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현행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는 가난한 소외계층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입시관련 정보수집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시정(市井)의 우스갯소리로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학생의 체력이 필수조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현행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학생들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합격이 보장되는 입시제도가 아니다. 특히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각종 대학입시설명회에 발품 팔아 다녀야 정보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대학입학전형의 종류는 무려 300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기에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대학입학전형이 단순할수록 공정성은 보장된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학입시제도 마련이 절실한 작금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류 역사상 만병통치의 대학입시제도는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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