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문제로 보아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기후변화가 물리적 원인, 생물학적 원인, 사회적 원인 등이 복잡하게 뒤엉켜 발생한 만큼, 인류에게 끼칠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상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출발점은 세계 인구와 일인당 평균 인간영향(haman impact)이다. ‘일인당 평균 인간영향’은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자원량과 생산하는 평균 폐기물량을 말한다. 폐기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UN이 지구환경에 위기를 느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스톡홀름 회의와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에 이어 1997년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온실가스의 규제 규약을 만들 목적으로 교토의정서까지 채택했다. 하지만 교토 회의에는 미국 의회가 불참을 결의함으로써 그다지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21세기에 들어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하여 지구환경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UN 회의는 행동실행 측면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직면했다는 데에 대해서는 거의 전 세계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2015년 파리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는 교토의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보편적인 첫 기후 합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범지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여전히 대기온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기온도 상승으로 일부지역은 뜨거워지는가 하면 일부지역은 더 차가워지기도 한다. 변덕스러운 기후변화로 가뭄이나 폭풍과 홍수의 빈도가 증가하고,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의 기록은 해를 거듭할수록 갱신되고 있다. 지구의 영구동토 층이 녹거나 남극과 그린란드를 뒤덮은 빙상이 붕괴된다면 지구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됨으로써 가뭄의 피해는 늘어날 것이며, 식량생산 부족과 식수 부족 현상으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대성 질병을 옮기는 벌레가 이미 온대지역까지 이동하였으며,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수난을 겪고 있다. 오히려 동물들의 피해가 인간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극의 경우,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줄어들고 빙하의 감소는 해조류의 감소를 유발하고 해조류의 감소는 황제펭귄의 주식인 크릴새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크릴새우는 2100년경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황제펭귄의 개체수도 절반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몽골에서는 광활한 초원이 사막화되어 가고 있다. 이로 인해 그곳에서 서식하는 독수리는 먹이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알을 두 개만 품는다고 한다. 50∼60일이 지나면 새끼독수리가 알에서 부화한다. 새끼독수리가 둥지를 떠날 날이 가까워오면 어미독수리는 먹이를 강한 녀석에게만 집중적으로 먹인다. 두 녀석 간에는 몸집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는데, 둥지를 떠나기 전에 강한 녀석이 약한 녀석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종(種)을 보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스스로 개체수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도 없진 않다. 북극해가 녹으면 얼음이 사라져 선박으로 북단을 통과하는 항해가 가능해지고 시베리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밀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무엇보다도 온 인류가 협심하여 지구를 보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