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영 분석 전문가가 앞으로 3년 뒤 다가올 자동차 산업의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예측하는 이 책에서 놀라운 사실은, 현대기아 차에 대한 언급이 요즘 말로 ‘1도 없다’는 것이다.
다음의 리스팅을 보자.
1. OS 플랫폼·생태계를 지배한다.
2. 단말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3. 중요 부품으로 지배한다.
4. OEM·ODM EMS 참여자가 된다.
5. 미들웨어로 지배한다.
6. OS상의 앱&서비스로 플랫포머가 된다.
7. 공유와 구독 등의 서비스 제공자가 된다.
8. 유지보수&서비스 등의 서비스 제공자가 된다.
2. P2P C2C와 같은 다른 게임 규칙에서의 참여자가 된다.
10. 특별한 장점을 갖지 못한 채 극심한 경쟁 속에서 일개 참여자로 끝난다.
완전히 달라질 자동차 생태계에서 현재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찾아들어가야 할 선택지들이란다(책 65쪽에서 인용).
저자는 1번 항목, 즉 스마트폰 업계의 애플처럼 자율자동차 시대에 플랫폼 지배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업체로 딱 두 곳, 즉 토요타와 벤츠만을 꼽는다. 이 두 업체만이 지배자 자리에 들어갈 준비를 악착같이 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논외"라는 식의 태도다.
미래에 중국 차는 있고 한국 차는 안중에 없다고?
저자는 자동차 업체들을 거론하며 일본-독일-미국 업체들과 함께 “반드시” 중국 업체들의 대두 양상을 언급한다.
‘중국의 네이버’랄 수 있는 검색 포털업체 바이두가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구성한 ‘아폴로 계획’에 중국-독일-미국의 1700개 업체가 참가한 것을 언급하며, “일본 기업의 참가는 극히 적다”는 현실을 걱정한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중국이 중요한 플레이어로 대두할 텐데, 이에 일본 업체들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저자는 이처럼 일본 자동차 업체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면서도, 세계 5-6위권 자동차 생산 국가인 한국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입을 닫고 있다.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가 볼 때 한국의 현대기아차 정도는 위 선택지의 1번과는 아예 전혀 상관이 없고, 그 하위 파트너(스마트폰 업계를 비유해 말하자면, 애플 같은 지배적 사업자에 하드웨어 부품이나 공급하는 하청회사) 정도로나 한국 차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예측하는 다음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이러한 예측이 전혀 근거 없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가 될 서비스카의 세상에서는 완성차 제조사와 공유 서비스가 현재의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 회사의 관계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내 예상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데 보잉인지 아닌지, 보잉이라면 무슨 기종인지를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지는 것은 JAL인지 ANA인지, 싱가포르 항공인지 같은 운영사 쪽이다. 똑같은 현상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어날 것이다.(55~56쪽)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고, 자동차가 로봇이 되어 사람을 태우고 ‘알아서’ 실어날아 주는 자율주행차의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보다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가 확실히’ 오게 되며, 완전 자율주행 차에서는 ‘어떻게 운전하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60쪽).
항공사 고르듯 자율주행차 '서비스' 고를 때 선택 포인트는?
지금 우리는 차를 고를 때 현대차냐, 수입차냐를 따지고, 차의 성능을 따지지만, 자동차라는 것이 로봇-서비스의 세계가 되면, 대한항공이냐 아시아나냐 아니면 외국 항공사냐를 고르듯이, 자동차 제조 회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일본 전문가에게 완전히 무시를 당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런 차가운 평가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지가 앞으로 한국 차 산업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책이다.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 류두진, 문세나 옮김, 최웅철 감수 / 한스미디어 펴냄1만 8000원 / 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