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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현대차·SK·LG…4대그룹 총수 신년 광폭행보 “왜”

재벌개혁→경제살리기 ‘유턴’…기 살아난 회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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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1.23 14:09:57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서 ‘혁신성장’으로 경제정책 코드를 바꾸면서 새해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생산현장 방문과 각종 행사 참석은 물론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보폭이 넓혀진 이유가 뭘까. (CNB=도기천 기자)

삼성 이재용, ‘정중동’에서 ‘수면 위’로
현대차 정의선, 문재인표 수소차에 고무
SK 최태원, 과감한 소통행보 ‘시선집중’
LG 구광모, 5G로 ‘4차 산업혁명’ 시동


재벌기업 총수들의 새해 행보는 작년 이맘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 직후였다. 그러다보니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지배구조, 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 갑질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었다.

이에 대림그룹(대림산업)은 최근 일감몰아주기 해소,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추구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쇄신 계획을 발표했으며, 롯데그룹은 수천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뉴롯데’를 출범시켰다.

CJ그룹도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등 순환출자 정비와 사업재편이 핵심 화두였으며,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때문에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다보니 주요그룹 오너들의 작년 신년사는 투명성 강화와 책임경영에 방점이 찍혔으며, 지배구조 개편과 인적쇄신이 주제로 부상했었다.

올해는 이런 흐름을 감지하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과 신산업 투자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핵심 관료들은 재계 인사들을 만날 때 마다 기업투자를 독려하며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정점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KT 황창규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모두를 비롯해 대한상의 회장단, 벤처·중견기업 대표 등 사상 최대인 128명의 기업인이 참가해 문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감 살아난 총수들, 과감한 행보

이처럼 재벌 총수들이 ‘개혁 대상’에서 ‘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부상하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들어 공개 행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가 초청한 신년회에 참석한데,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특히 15일에는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어려울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온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작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고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수원 공장에서 이뤄진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간담회 때는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협력해) 청년 인재를 적극 양성 하겠다”며 일자리 창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언론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 의 해체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여파로 가라앉은 그룹 분위기를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쇄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8%나 줄었다. 반도체 의존율을 줄이고 AI, 바이오, 5G, 전장부품 등 4대 미래먹거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열린 ‘수소 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현대차 홍보 대사?

지난해 9월 사실상 그룹의 최고경영자로 부상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수소차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부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달에만 3차례나 문 대통령과 만났다. 2일에는 청와대가 주관한 신년회에서, 15일에는 청와대 간담회에서, 17일에는 ‘수소 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각각 문 대통령을 만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수소차 사업에 있어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 간담회 때 정 수석부회장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계획을 밝히자,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라고 응대하는 등 한동안 이와 관련되 얘기가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 17일 울산에서 개최한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 수석부회장에게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는 내가 홍보모델”이라고 말해 현대차그룹이 크게 고무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는 등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들여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초대형 플랜을 공개한 바 있으며,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사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에 3조5000억원 이상의 재정지원과 함께 친환경 차를 대폭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증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수소차 테마주가 등장했고, 지난달 초까지 10만원대에 머물던 현대차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해 13만원선 언저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정법 232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청와대 간담회 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출인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조니 아이잭스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을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하는 등 외교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정부 또한 관세 문제, 미중 무역분쟁 등 강대국들의 보호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대책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은 사실상 한배를 탄 셈이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SK서린사옥에서 임직원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행복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제공)
 

최태원 회장, ‘사회적 경제’ 호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신년회에서 올해 안에 임직원들과 100차례 만나겠다고 공언한 뒤, 지난 13일 SK서린사옥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이노베이션의 임직원 등 구성원 300여명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됐고, 격의 없고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참석자도 거의 없었다. 기업문화, 사내복지, 직장인들의 고충 등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쏟아졌다. 최 회장은 “제 워라밸은 꽝” “여러분도 저처럼 하시라고 말하면 제가 꼰대가 된다” 등 거침없는 워딩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 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런 행보는 재계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주로 최고경영자나 오너가 발표하고 직원들은 경청하는 게 일반적인 한국의 기업문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평소 지론인 ‘사회적 소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시장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이른바 ‘10만 사회적기업 양성’의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빈부격차와 실업 등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 경제’라 믿고 있다.

SK는 전사적으로 이를 실행하고 있는데, SK에너지가 GS칼텍스 등과 합작한 주유소 인프라 기반 택배서비스 ‘홈픽’이 대표적이다. 전국 주유소들을 물류기지로 활용해 청년들의 창업 지원, 실버 택배 등 일자리를 창출하는 플랜인데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가 동참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협력사와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만든 공유인프라 포털도 비슷한 사례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도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는 ‘수출대기업 지원 중심’의 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자리 안정 등 삶의 질을 높여 경제를 선순환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최근 청와대 간담회 때도 ‘사회적 경제’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은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유럽은 평균 고용창출 전체의 6.5%를 사회적 경제에서 내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작년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회장, 5G로 위기 정면돌파

지난해 6월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만41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와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단행된 임원인사를 통해 역대 최대규모인 134명을 상무자리에 앉혔는데 평균 나이가 48세밖에 안 된다.

그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는데, 올해 이 분야에서 과감한 사업확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룹 총수가 된 이후 처음 주재한 새해 시무식 장소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택한 것도 이런 의미로 읽힌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올해부터 5G통신 기술이 소비자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에 발맞춰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LG그룹 입장에서는 5G 산업부문이 본격화되면 사물인터넷(IoT)망 구축과 관련 제품 개발,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한 부품, 배터리 사업 등 계열사 신사업 대부분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다.

그룹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전장(電裝)부품 사업도 올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으며, 네덜란드의 히어, 미국의 헬라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그룹 총수들이 새해 들어 쉼없는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4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첫해인데다, 재벌 개혁으로 압박하던 문재인 정부가 경제살리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풀리고 정치권이 상법개정안 등 반기업 입법을 자제해준다면 기업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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