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살아가던 50대 독신남 기자에게 어느날 충격으로 다가온 어머니의 치매. 어머니의 도를 넘은 행동에 대해 “아직은 괜찮아. 견딜 수 있어”라고 대처하던 마쓰우라 신야 기자는 어느 순간, 어머니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머니는 맞으면서도 두 주먹을 움켜쥐고 아들에게 덤벼들었다. 입에서 피가 흐르고서야 아들의 뺨때리기는 멈췄지만, 치매 어머니는 피를 보더니 “어머, 내 입속이 찢어졌나봐. 왜 이러니?”라면서 구타 사실도 기억 못한다. 처절한 치매, 그리고 가족 간병인의 미칠 것 같은 현장이다.
갑자기 닥쳐온 어머니의 치매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던 마쓰우라 신야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간병 제도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머니의 상태도 좋아지고, 자신도 한숨을 돌리는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간병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환자는 결국 불행해진다”고.
초고령 사회를 향해 돌진해 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마쓰우라 기자 같은 경험은 이제 누구나에게나 닥칠 수 있다. 우리의 치매 관리 제도를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효’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내가 감당해야지”라고 개인적 각오만 다지다가는 결국 간병하는 자녀들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 KMAC 펴냄 / 253쪽 /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