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2심서 집행유예…재판부, "전형적인 정경유착 아니다"
형량 가장 센 재산국외도피 무죄…1심 징역 5년→2년 6월로 절반 뚝
김성민기자 |
2018.02.05 16:48:4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판결에 따라 5일 석방됐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징역 2년 6개월은 1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5년의 절반으로 감형된 결과다. 징역 3년 이하의 선고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 부회장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이 부회장의 형량이 대폭 감형된 데에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만 원에 대한 뇌물죄와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 원에 대한 재산국외도피죄 등이 무죄로 뒤집힌 이유가 컸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죄가 인정됐다. 다만, 삼성이 마필의 소유권을 최 씨 측에 넘긴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마필 구매 대금 등 총 72억 9천만 원에 대해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 원에 대한 뇌물죄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를 국외재산 도피로 본 1심판결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자인 피고인들이 용역대금에 의해서 소비하거나 축적하거나 지배관리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산국외도피는 통상 징역 3~5년의 단순 뇌물 공여보다 형량이 높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무죄 선고가 이번 이 부회장 항소심 결과 2년 6개월 감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항소심 내내 특검팀은 1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이 무죄라고 판단된 것을 뒤집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액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 등과 달리 재단과 관련해서는 뇌물을 준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바람과 달리 재단 출연금에 대한 뇌물죄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히지 않았다. 오히려 항소심 재판부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마저 뒤집어 무죄 판단했다.
1심에서는 영재센터 후원금은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로 판단했으며,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액을 전부 변제한 것도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법원을 나서며 눈인사 건네는 이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1심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정경유착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며 "하지만 이 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특검이 기소한 뇌물 298억 원과 비교하면 공소사실 상당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특검이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한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정치 권력과의 뒷거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전형적 정경유착 등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에 대해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피고인으로서는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처럼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엔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농단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치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한 최 씨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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