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 홈페이지에는 9일 별세한 고 정재원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팝업이 생겼다. (사진 = 정식품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을 개발한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오는 12일, 장지는 용인 천주교묘지다. 고(故) 정 명예회장은 1917년생으로 향년 100세다.
고 정 명예회장은 청년 시절 소아과 의사로 일하면서 모유나 우유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어린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었고, 44세에 떠난 미국 유학생활 중 그 원인이 '선천성 유당불내증'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1966년, 콩으로 만든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우유'라는 의미의 베지밀로 이름 짓고, 자신의 병원에서 생산, 공급함으로써 유당불내증으로 인한 영유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던 중 베지밀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자 1973년 경기도 신갈에 하루 20여만 병의 생산 규모를 갖춘 공장을 짓고 주식회사 정식품을 창업했다.
▲고 정재원 명예회장은 소아과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한 의학박사다. (사진 = 베지밀 홍보영상 캡처)
이어 1984년에는 청주에 세계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두유 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콩 관련 제품 개발 및 품질 개선에 힘썼다.
고 정 명예회장은 장학금 사업도 남다른 열정으로 대했다. 본인이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나서 19세의 나이로 의사 검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한 경험이 있어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고인이 1984년 설립한 '혜춘장학회'는 지금까지 약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정식품은 2010년 고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성수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자인 연호 씨가 계약사 부사장에 선임되는 등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