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을 풍자한 각종 현수막과 피켓, 포퍼먼스 등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기발한 연출’이 시국상황에 분개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잠시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잃은 대한민국’을 보는듯해 뒷맛은 씁쓸하다. 그래도 국민들은 흐트러짐 없이 평화롭고 질서 있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CNB가 지난 26일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의 표정을 담아봤다. (정리=황수오 기자, 사진=도기천 기자, 연합뉴스, SNS)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풍자해 농민들을 소(牛)를 끌고 나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소 등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 피켓을 들은 한 시민이 타고 있다.
‘박근혜 하야하라 주’가 등장했다. 소주가 담긴 듯한 병에는 ‘박근혜 하야하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가족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세월호 고래’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고래’와 함께 행진에 나선 시민들이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과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수의를 입고 쇠사슬에 묶인 박근혜 대통령 모형도 등장했다. 청운동사무소 인근까지 행진한 시위대에 이끌려온 ‘수의 입은 대통령’ 모형은 검찰수사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비추기도 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위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의 깃발이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최씨는 토르 모습으로 박 대통령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달 촛불집회 초기 때 등장한 꼭두각시 인형 패러디 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진료 시 사용한 ‘길라임’과 청와대에서 구입한 ‘비아그라’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광화문 광장 한쪽에 자리 잡았다.
외계인 가면을 쓴 시민도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우주’ 발언을 풍자한 것.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브라질 경제인 초청 행사와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한꺼번에 풍자해 한 시민이 ‘내가 이러려고 우주의 기운을 줬나. 자괴감이 든다…네가 있어야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순시리우스 행성’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박근혜 하야하라’라는 성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촛불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 씨에게 전하는 애도의 촛불도 5차 촛불집회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위에도 애도의 촛불이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가 성사시킨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와대 앞까지 진출한 일부 시민들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반대한다는 강한 표현이었다.
시위 군중은 촛불집회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집회는 한층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화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선 경찰버스에 붙여진 각종 스티커들을 시위가 끝난 후 시민들이 스스로 떼고 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