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회에 환원한 8천억원을 두고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걷은 돈”이라고 발언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반발이 커지자 김 회장은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 산하의 관변단체를 맡고 있는 수장이 기업의 사회공헌과 최순실 일당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벌인 강제모금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개인사욕과 사회공헌기금 구분 못하나” 비난 쇄도
삼성은 지난 2006년 사회환원기금으로 8천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삼성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 X파일’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했다. 이 돈은 전부 삼성고른기회재단 설립으로 이어졌고, 이 재단은 장학지원 및 교육여건 조성,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 학생들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김 회장이 지난 19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8천억원을 걷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에 낸 돈을 김 회장이 마치 노무현정권이 강제모금 한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가 “책임을 묻겠다”며 크게 반박했고, SNS상에서는 김 회장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삼성이 사회기부를 한 2006년 당시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누리꾼들은 “우병우 사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에 팔촌까지 수사했는데 왜 문제 삼지 않았겠나”, “물타기도 정도껏 하셔야지”, “세상이 다 아는 그 돈의 의미를 김경재 너만 모른다”, “개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과 공익사업에 쓰이는 게 같나” 등 비난이 쏟아졌다. CNB가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과 트위터 등을 분석해보니 김 회장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하루에만 수만여 건의 댓글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회장은 하루 만에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걷었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 그 점은 내가 잘못했다”고 물러섰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조금 기분이 나쁘겠지만 노 전 대통령을 문제 삼으려 했던 건 아니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김 회장이 일부 잘못을 시인했지만 공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개인이 찬탈한 것과 사회기금을 구분 못하나” 등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모해 기업들에 대한 모금 과정에서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강요 등을 행사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최씨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강제모금을 사실상 박 대통령이 지휘했다는 의미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