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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최순실 언론 부역자’에게 따끔한 회초리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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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16.11.14 15:42:44

▲최영태 편집국장

요즘 TV를 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과거 박근혜정권을 감싸고돌던 언론 또는 ‘입’들이 박근혜 정권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언론 또는 저 사람이 왜 저럴까” 하면서, 표변한 모습에 불쾌감을 지나 불안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저렇게 표변하는 언론 또는 사람들인지라, 앞으로 또 어떻게 표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자신들의 과거 발언이 다 글로, 영상으로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박정권을 싸고돌 때)는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으므로 박근혜정권을 감쌌고, 지금(박정권의 퇴진을 외치는)은 최순실을 알았으므로 공격한다”인 듯하지요.

그러나, 최순실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얼마 되지 않지만, 여권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실체를 대충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는 게 팩트 아닙니까?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에서 이런 사정이 잘 드러납니다. 그는 지난 10월 27일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1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가 ‘대통령 옆에 최순실 씨가 있다는 걸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는데 2014, 2015년 최순실·차은택 씨가 활개 치고 다니던 시절 당 대표가 김 전 대표였다”면서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무책임한 대표”라고 지적했지요. 

▲1945년 5월 5일 체코의 유명한 나치 협력 방송인 알로이스 크리즈(가운데)를 나치 패망 뒤 체코의 군인 등이 거리에서 모욕을 주고 있다. 크리즈는 감옥에서 처형됐다.(사진=위키미디어)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당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한 묶음이었지요. 유승민은 그나마 저항하다가 새누리당을 떠났으니 그래도 할 말이 일부라도 있으련만, 김 전 대표가 이제 와서 그런 얘길 하는 건 좀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원하게 사안을 정리했습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김무성·유승민 두 의원에게 “박근혜와 무관한 척 코미디 그만하고 정계은퇴 하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 분이 대통령 탄핵이나 퇴진을 요구하려면 본인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 현재의 헌정문란과 900억대 금품갈취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저지른 것이지만, 그 원인과 뿌리는 박정희 향수를 이용해 집권하려 역량 부족 인사를 대통령 만들고 그 권력을 나눠 먹은 새누리당과 두 분이다. 대통령은 탄핵으로, 김무성과 유승민은 정계은퇴로, 최순실은 구속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언론인에게도 똑같은 소리를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 알면서도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정상을 정상인 것처럼 감쌌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지요.

정치인들에게는 과거의 과오에 대해 이처럼 정계은퇴를 요구할 수 있지만, 말과 글로써 박정권을 감싸고, 눈물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조롱하고,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 배치 같은 청와대의 이상한 결정이 나올 때 야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 온갖 해괴한 논리를 들어가며 “정치공세” “경제와 안보가 어려운데 야당은 발목잡나”고 공격하면서 박정권을 비호했던 언론-언론인들에게는 어찌 해야 할까요? 

이렇게 비호하는 언론이, 비호하는 검찰-법원과 한 덩어리가 됐기에, 박근혜정권의 해괴한 행태가, 전혀 해괴하지 않은 것처럼 세상에 전파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을 앞두고 소련 상공에 뿌려진 삐라 위에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의 사진과 발언이 실려 있다. 그는 ‘거짓도 99번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로 유명하다. (사진=위키피디아)


자신의 말과 글이 해괴한 결과를 야기했을 때 말과 글의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농담삼아 하는 말로,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내는 극한처방도 있었다고 옛날 얘기책들은 전하지만, 그럴 필요까지 없이 요즘 기준으로 친다면 “당분간만 그 입을 좀 닥쳐줄래?”가 최소한도의 요구사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근혜-최순실의 부역자들’ ‘대통령 박근혜를 만든 사람들’ 
명단 작성, 충실히 이뤄져야

그런데 혀 잘 굴리는 이 땅의 ‘언론 부역자’들은, 잠시라도 혀를 쉬면 혓바늘이 돋는지 도대체 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해괴한 금메달을 야당 의원이 문제 삼았을 때 온갖 비난으로 입막음에 나섰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이상한 주장을 실시간 중계했던 언론들이 요즘 박근혜정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잘도 제시해냅니다. 

2007년 불꽃 튀던 한나라당 경선 정국에서 불거져나온 이른바 ‘박근혜 파일’을 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걸 들여다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박대통령이 집권하자 ‘상황에 맞게’ 온갖 미사여구로 박대통령을 칭찬하고 감싸더니, 이제 또 상황이 바뀌니 ‘새 상황에 맞도록’ 침을 튀기며 박대통령더러 물러나라고 합창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보호색을 잘 갈아입는 언론 부역자들이 무서운 건,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국에서, 새 상황이 발생하면 이들이 또 어떤 말을 동원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기에 인터넷에 ‘박근혜-최순실의 부역자들’ ‘대통령 박근혜를 만든 사람들’ 표를 집단지성으로 채워나가는 사이트(ko.queenmaker.wikidok.net/Wiki)가 만들어져 업데이트가 이뤄져 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말과 글로 혹세무민한 사람들이, 스스로 입과 말을 묶어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이렇게 국민이 묶어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에 훈육을 통해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 순자.

흔히 서구 선진국의 언론과 법원은, 한국에 비한다면 정도를 지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치적 편향성이 덜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 역사만 보더라도 정권-부자에 부역한 언론-법관이 숱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흘러가면서 이들 중 일부는 단죄됐고, 그래서 선진국의 언론-법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정도를 걸어가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구미의 법관들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자기 마음도 중립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판결을 내렸던 선배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교육받아 자신은 그런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2200년 전에 이미 갈파된 인간의 본성

역사의 교훈은 말로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유교 사상을 정리하고 법가로의 길을 열어 결국 진시황의 천하통일에 가교 역할을 한 동양 사상의 대(大)집성자인 순자(荀子: 기원전 300~230년 추정)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엄마가 식탁을 차리고 아들에게 “아버지 오시면 먹어라” 해도 배고픈 아들은 그냥 먹는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성악설). 이를 훈육해야 배고파도 아버지가 올 때까지 참는 올바른 문화와 예절이 이뤄진다고.

반성하지 않는 언론-언론인에게는 훈육이 필요합니다. 회초리를 들어 혼을 내야 그 다음부터는 식욕이 동해 손이 움찔거려도 지난번의 호된 매질이 떠올라 잠시라도 자신의 손을 묶어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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