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곳 중 1곳 이자도 못갚아
구조조정 긴 터널… 앞이 안보여
이대로면 침몰, 경쟁력 강화 시급
재벌닷컴 집계에 따르면 상위 30대 기업 중 15개사가 올해 1~3분기에 매출이 감소했다. 이중 10% 이상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22%↓), SK하이닉스(18%↓), 포스코(14%↓), LG디스플레이(11%↓)이다. 30개사의 작년 대비 총 매출액은 약 18조원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만이 아니다. 대기업 계열사 3곳 중 1곳 이상은 대출 이자도 못 갚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서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이 100%미만인 부실징후기업의 비율이 지난 2010년 25.6%에서 2014년 37.0%로 늘었다. 한국은행의 ‘2015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인 기업은 약 8만 6700개로 전체 기업의 31.5%에 달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이 비율이 1배(100%)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값이 작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나쁘다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은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54곳이 구조조정에 착수했는데 이는 2010년 65곳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구조조정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침체는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음으로 양으로 하청·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5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국세청 법인세 신고기업 총 57만4851개사의 매출액증가율이 지난해 0.3%에 그쳐 전년 대비 1.3%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4년 -1.6%에서 지난해 -3.0%로 급락하는 등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상국 경희대학교 교수(산업경영공학과)는 CNB에 “국내 대기업들의 위기는 나라경제에 큰 위기를 줄 수 있는 만큼 대기업들만의 수직 계열·통합적 구조를 중소기업과의 수평적 관계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 기업 노키아(Nokia)를 언급했다. 노키아는 지난 2011년까지 13년 동안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개발이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아 2013년 9월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했다. 13년 동안 지켜온 1위 자리가 불과 2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김 교수는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은 현 상황에서 현금을 쌓기보다는 R&D(연구개발)에 더 투자를 해서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투명성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대외신인도가 크게 실추될 수 있는 만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등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