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올 연말인사가 주목된다(사진=LG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 ‘성과주의’ ‘혁신인사’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인사들에게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기회를, 실적이 좋은 인사들에게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의 대우를 해줬다.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가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CNB=황수오 기자)
신상필벌(信賞必罰) 보다 ‘믿음’
어려울수록 기회를 주는 매뉴얼
그래도 ‘G5’ 판매부진은 못참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람관리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믿음’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부족한 부분은 ‘끝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설령 이번엔 적자였더라도 다음 기회엔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근저에 깔려있다.
이런 그의 철학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확실히 나타났다. LG전자는 2014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35%가량이나 추락했다. 하지만 홍순국 생산기술원장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정 없이 전무에서 2단계 승진해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한 LG전자의 최고기술자문으로 있던 박종석 사장을 LG이노텍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적자를 기록한 LG이노텍에서도 전무 승진 3명, 상무 신규 선임 3명이라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올 상반기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 'G5'(사진=LG전자)
하지만 실적 회복을 믿었던 휴대폰 부문의 MC사업부는 되풀이된 실적 악화로 임원 승진자가 1명에 그쳤다. 믿음이 있어도 실적악화가 반복되면 필벌(必罰)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물론 흑자 기업은 당연히 포상이 주어졌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에서 상당수간부들이 승진했다. LG생활건강에서는 LG 역사상 첫 번째로 공채출신 여성 부사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4년에 비해 지난해 연말인사는 승진자 수가 20%가량 줄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인사 스타일은 이후 상당한 결실을 맺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8.4%나 증가했고, LG화학은 16.0%, LG생활건강은 32%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상반기에는 실적이 부진했지만, OLED사업, 광화학 솔루션, 듀얼 카메라 등의 호재로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좋은 성장을 보인 만큼 올 연말 인사에서는 승진자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올해 임원 승진자 수는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48명에서 38명으로 줄었지만 대신 부서간의 이동과 신규선임이 많았던 인사였다”며 “올해는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승진자 수가 크게 늘고 전체적인 인사스타일은 작년 연말인사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MC사업부는 상반기에 출시한 ‘G5’의 판매 부진으로 올 연말인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