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합병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SDI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 등과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CNB=황수오 기자)
처음 합병설이 등장한 것은 2014년 경이다. 그해 3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이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다음에는 삼성SDI가 삼성SDS와 합병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아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이를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 되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합병설은 지난해 6월경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삼성물산이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를 뚫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성공하자, 여러 계열사들의 추가 재편이 시장에서 회자됐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다시 삼성SDI와 삼성SDS의 합병설이 돌았다.
그해 12월에는 삼성전기와의 통합 얘기도 흘러 나왔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둘 다 전자부품회사이기 때문에 양사가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루머로 끝났다.
갤노트7 배터리 쓰라린 교훈
삼성전자가 직접 배터리 생산?
이달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량 리콜에 들어가게 된 것이 이번 루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의 배터리는 삼성SDI가 생산했다. 대부분의 물량을 삼성SDI에게 맡겨 화근이 된 만큼 앞으로는 삼성전자와 합병시켜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추락된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것이 합병설의 핵심이다.
이처럼 삼성SDI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배경이 되고 있다.
삼성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로 쓰러진 이후, 지난 2년 4개월 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비교적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 혁신은 ‘핵심사업’만 키운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전자·바이오·금융을 3대축으로 몸집을 ‘작고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이미 방산과 화학 등 2등 사업을 팔고,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SDI를 합병해 배터리 분야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가차익 노린 세력 유의해야
하지만 사업재편을 둘러싼 갖은 ‘설’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가조작을 노린 ‘세력’이 개입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사업재편을 둘러싼 갖은 ‘설’들이 ‘사실’인양 둔갑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SDS, 제일기획 등과 관련된 갖가지 인수합병 루머가 돌아 주가가 출렁이는 과정에서 ‘한 방’을 노린 일부 주주들이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주제는 시장을 교란하기 가장 손쉬운 재료”라며 “반드시 공시를 확인하고 난 뒤에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28일 CNB와의 통화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SDI에 대한 합병설은 삼성SDI 내부에서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