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노트7(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하 갤노트7)의 배터리 과열 문제가 일부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침소봉대’된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갤노트7 때문에 발생했다는 차량화재가 원인불명으로, 중국에서는 갤노트7 폭발이 블랙컨슈머에 의한 조작극으로 확인되면서 한국기업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CNB=황수오 기자)
美정부 갤노트7 배터리 문제 침소봉대
대선 후보들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현지 언론들 조작극 여과 없이 보도
삼성전자가 지난 2일 ‘갤노트7’의 배터리 문제를 인정한 후, 미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피해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20일 기준)까지 접수된 건수가 9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화상사례는 26건, 재산 피해사례는 55건이 접수됐다. 국내에서도 17건의 배터리 과열 사례가 나왔지만, 인체에 피해를 입은 경우는 아직 없다.
현재까지 미국 시장에 보급된 갤노트7은 약 100만대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는 약 40만대가 팔렸다. 미국 소비자에게 더 많이 보급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체 피해자가 미국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최근 대선과 맞물려 미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신보호무역주의 바람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7월 후보에 낙점된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난과 함께 ‘보호무역’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FTA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등 한국과의 무역을 겨냥한 ‘아님 말고’식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또 다른 대선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보호무역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힐러리는 최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공정 무역 협정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자 한국무역협회가 이달 초 미국 오피니언 리더 1천여명에게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는 서한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갤럭시노트7이 차량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한 미국의 FOX13 뉴스. 하지만 美 소방당국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사진=FOX13 보도영상 캡쳐)
‘아이폰7’ 밀어주려고 삼성 죽이기?
미국에서는 이런 바람을 타고 갤노트7의 ‘가짜 화재’ 사건까지 발생했다.
FOX13뉴스는 지난 5일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차량화재의 원인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지역 언론사 WMBF는 “배터리가 폭발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주택이 전소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지 소방당국에 의해 화재원인이 ‘미확인(undetermined)’으로 판명났다. 조사 결과, 차량 내에 남겨져 있던 갤노트7을 발화 원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NN, BBC, 허핑턴포스트 등 글로벌 언론사들은 갤노트7의 배터리 문제를 보도할 때 ‘발화(ignite)’보다 ‘폭발(explode)’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 등 노골적으로 삼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이폰7’ 출시 직전에 갤노트7의 공식 리콜을 발표한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과거 삼성과 애플(아이폰 제작사) 간의 각종 법적 분쟁 때마다 미국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를 지난달 5일(현지시간) 포스코 열연강판에 높은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美정부가 ‘삼성 때리기’에 나섰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언론이 지난 19일 보도한 갤노트7이 중국에서 폭발했다는 내용. 빨간박스는 화재 사태를 겪은 소비자의 경험이 설명된 부분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중국 갤노트7 폭발사건은 허위로 밝혀졌다.(사진=중국인민망 홈페이지 캡쳐)
이런 분위기는 비단 미국에서 만이 아니다. 중국 일부언론은 지난 18일 갤노트7이 중국에서 최초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갤노트7의 배터리 공급사인 ATL이 해당 중국 소비자의 제품을 직접 회수해 분석한 결과, 사고 원인이 자체 발화가 아니라 외부에서 가열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컨슈머의 조작극으로 판명 난 것이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신(新)국수주의 흐름이 삼성에 대한 강한 경계 심리로 작용하고 있다”며 “외신(현지언론)들이 최소한의 팩트 확인조차 없이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