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잇단 보호무역주의적 발언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치자 한국무역협회가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의 수출기업을 대표하는 협회가 미국 대선 정국에서 나온 유력 후보의 발언에 대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일로 트럼프의 ‘일방적 주장’에 제동이 걸릴까. (CNB=황수오 기자)
트럼프 “한미FTA가 일자리 빼앗아”
美대선 후보들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수출기업 타격 우려…무역협회 반박
국내 7만1000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무역협회는 지난 5일부터 미국 오피니언 리더 1천여명에게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는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서한 발송은 오는 1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무역협회가 이런 조치에 나선 이유는 트럼프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왜곡된 숫자와 통계를 이용해 미국언론에 유포하면서 미국 내에 신(新)보호무역주의를 신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대선후보로 나선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난과 함께 ‘보호무역’을 공약으로 내걸어왔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에서 “자유무역을 공정무역으로 대체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미국을 향해 들어오는 많은 제품에 세금을 새로 매기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폈다. 또한 “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대신 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강조하며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까지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또다른 유력 대선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보호무역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힐러리는 한·미FTA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공정 무역 협정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며 “미국 내 철강,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 노동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갤럭시노트7이 차량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한 미국의 FOX13 뉴스. (사진=FOX13 보도 영상 캡쳐)
갤노트7 폭발 음모론?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미국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포스코 열연강판에 높은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불량과 관련된 현지 언론의 보도 태도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FOX13 뉴스는 지난 7일 “갤럭시노트7이 차량 내에서 폭발해 차량이 전소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지역 언론사 WMBF는 “배터리가 폭발해 불이 옮겨 붙으면서 주택이 전소됐다”는 등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삼성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와 폭발의 연관성을 단정짓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 측은 최근 미국에 불고 있는 보호무역 바람이 언론을 통해 표출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미국 애플사가 최근 출시한 ‘아이폰7’의 반사이익을 노린 보도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지 분위기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양 국에 주는 이익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역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교역수지 개선 효과가 지난해 기준 157억 달러에 달했고, 협정 체결 후 4년 동안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56%(226억달러) 늘었다.
무역협회는 한·미 FTA 효과로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이 확대되고 민간부문 교류가 크게 신장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13일 CNB와의 통화에서 “한·미 FTA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무역협정으로 양국 간 일부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대미(對美) 아웃리치(홍보)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