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한 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소장유물을 보물 등 국가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다.
인천시는 지난달 24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시립박물관 유물 5점을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하기로 심의하는 한편, 유물 4점을 시 유형문화재로 새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신청 유물은 중국 철제범종 3점과 평양성도, 노송영지도 등 회화작품 2점이다.
이 중 송・원・명대 철제범종은 높이가 2미터에 이르는 큰 종으로 조각수법도 우수하고 무엇보다 명문이 남아있어 제작시기와 주조지역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중국 대륙 내에도 이와 같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거종(巨鐘)은 80점 정도밖에 없어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종들은 중국 하남성에서 제작·사용된 것으로 2차 대전 당시 중국에서 일본이 강제로 공출해 일제 무기공장인 부평 조병창으로 옮겨졌다.
용광로에 녹여지기 전에 벗어난 이 종들은 외국 유물이지만 130여 년 전 개항 이후 인천, 더 나아가 한반도가 겪었던 굴곡진 노정을 보여주는 유물로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높다.
평양성도(平壤城圖)는 평양성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회화식 지도로서 8폭 병풍으로 만들어졌다.
현존하는 평양성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인 18세기 후반에 그려졌을 뿐더러, 정교하고 세련된 필치와 채색 솜씨를 보이는 뛰어난 작품이다.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는 겸재 정선이 80세(1755년)에 그린 만년의 대작으로 대가의 노련한 필치를 엿볼 수 있다.
꿈틀대는 형태와 진한 먹색의 소나무 아래 작고 다소곳한 분홍빛 영지버섯을 배치해 음양을 조화시킨 우수한 회화작품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유 유물을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하는 것은 1946년 박물관 개관 후 처음이다.
시립박물관은 ‘인천 가치의 재발견 차원’에서 소장유물 중 귀중한 유물을 발굴해 시민들이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지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인천시에는 국보 1점과 보물 28점 등 총 29점의 국가문화재가 있는데, 대부분 민간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시립박물관에는 현재 국가문화재가 1점도 없다.
한편, 바리야크함 깃발,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목조보살좌상, 시왕도(十王圖) 등이 새롭게 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