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금태섭과 다니엘 튜더 ‘안철수론’의 희한안 '거의 100%' 싱크로율

  •  

cnbnews 최영태기자 |  2015.08.27 11:42:29

▲최영태 편집국장

정치인 안철수에게 타격을 안기는 두 책을 거의 동시에 읽었다. 하나는 2012년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일했던 금태섭 당시 상황실장의 회고록 격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다니엘 튜더가 쓴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였다.


희한한 것은,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출신성분이 완전히 다른 두 필자의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가 거의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캠프 상황실장으로서 안철수를 최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외국인으로서 멀찍이서 안철수를 관찰했을 뿐인데, 두 필자의 결론이 높은 싱크로 율을 보이는 게 신기하다.


책에서 금태섭은 안철수의 실수를 크게 세 가지로 집는다. 첫째,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캠프 구성원과의 소통 부재로 혼란을 야기하고 아무 상의 없이 비선에만 의존해 돌연 후보를 사퇴한 점, 둘째, 2014년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도 ‘새정치 신당’ 추진세력과 거의 아무런 논의 없이 돌연 합당(사실상 민주당에의 흡수)을 결정해버린 점, 셋째, 새 정치를 바라며 안철수 지원에 나섰던 자원봉사자-지지자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철수를 곁에서, 또 멀리서 바라본 두 사람인데…


금태섭이 안철수를 겪으며 가장 놀란 점은 ‘소통의 부재’였다. “다른 무엇보다 자유로운 소통을 앞세웠던 진심캠프에서 바로 그 점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172쪽)는 고백이다. 겪어보니 예상과 너무 달라 놀랐다는 소리다.


다른 한편에서 다니엘 튜더는 이렇게 썼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가 대통령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 혼자뿐인 것처럼 느껴졌다.”(80쪽)


당시 한국인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선량한 구원자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튜더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는 회고다. 그는 ‘안철수는 대통령 그릇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이유를 두 가지로 밝힌다. 1. 대선 출마를 밝히면서 안철수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인들은 그마저 매력이라고 했지만 만약 기성 정치인이었다면 대통령감이 못 되는 인물이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2. 안철수는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고 이미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갑자기 오르는 경우는 서구에도 있지만, 예컨대 오바마의 경우 최소한 정치 경력이 있고, 정책도 제시했으며, 대선 출마 의지도 명확하게 밝힌 상태에서 인기를 끌었기에, 정책 제시 없이, 대선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최고 지지율 대선 후보’에 오른 안철수와는 달랐다는 말이다.


튜더는 이렇게 된 이유를 ‘성공한 사람을 지나치게 떠받드는’ 한국 문화 탓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덮어놓고 믿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인물을 그냥 믿어버리는 편이 주요 이슈나 정책 자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보다 쉽게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 특히 심하고, 그 배경에는 무책임한 언론이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아쉬움도 거의 동일


금태섭과 튜더의 의견이 100% 싱크로율을 보이는 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튜더는 “안철수가 합당하지 않고 계속 버텼다면 2016년쯤에는 50%가 아니라 100%의 독자적 제1야당을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그 독자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152쪽)고 아쉬워했다.


금태섭은 “(새정치신당과 민주당이) 나중에 통합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양측이 가진 힘의 합계를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고, 고질적인 야권의 약점들을 반성하고 털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 통합하지 않고 독자 신당을 만들었다면 6월 지방선거나 7.30 재보궐은 좀 더 어려워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선거에서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260쪽)라고 물었다.


두 의견 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성급했던’ 합당 결정으로 야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털어낼 모멘텀이 사라졌음을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사회 쩍 가르는 의제 내놓는 야당, 한국엔 왜 없나


제 역할을 못하는 한국 야당에 대해 두 사람이 내놓는 처방 역시 희한하게 일치한다. 튜더는 야당이 살 길로 “중도 진보 정당이 진작에 한국에서 출범했어야 한다. 새누리당에 끌려 다니지 않고 독자적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정당이다”(149쪽)고 제안한다. 새누리당에 비판-반대만 하는 정당, 또는 “새누리보다 우리가 더 정의롭고 선량하다”고 주장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의제를 설정할 줄 아는 야당을 주문한 것이다.


금태섭 역시 안철수와의 경험을 토대로 똑같은 제안을 한다. “의제를 설정할 능력이 없으면 야당이 하는 일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만을 하다 보면 결국 소재 자체가 '남의 것'이 된다. 대안 제시보다는 의제 설정이 야당의 몫이다. 야당이 제대로 된 의제를 설정하고 제시할 때 비로소 국민들은 야당에게 눈길을 준다”(298쪽).


야당의 의제 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예컨대 ‘무상급식 공약’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정부-여당은 풍부한 돈과 정보, 인력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무상급식 같은 새 의제를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정부-여당이 ‘있는 자’의 편에 서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사회의 논의를 양 편으로 “쩍” 가를 수 있는 이슈, 즉 의제를 내놓을 수 있을 때에만 야당은 주목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어쨌거나 ‘독자적인 철학 또는 세계관’이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세력과 싫어하는 세력이 극명하게 갈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독자적인 철학 또는 세계관이 부족하다. 그러니 재벌 총수 사면, 한미FTA,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실패 고백’의 내공


금태섭 책의 부제는 ‘고백한다, 우리의 실패를. 생각한다, 이기는 방법을’이다. 부제 그대로 그는 자신의, 그리고 자신이 속했던 대선캠프의 실패와 실수를 고백했고, 이기는 방법으로 ‘의제 설정’을 요청했다.


그는 자신의 실수와 실패 경험을 책의 형태로 내놓았다. 실수를 솔직하게 테이블에 올려놓는 태도에 대해 ‘의사결정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리더 중 한 명인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책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서 이렇게 썼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분들은 내공이 매우 깊은 분들입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명성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공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시 한 번 성장하는 겁니다.”(180쪽).


‘잘못을 공론화함으로써 한 번 더 성장하는 정치인’을 금태섭에게서 기대해본다. 


(최영태 편집국장)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