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CT 영상에서 전문가(의사/연구자)가 ‘이 부분이 기도(airway)’임을 표시해 둔 ‘주석’이 없는 부분은 대개 배경으로 인식돼 기도의 말초 가지를 놓치기 쉽다. 이에 주석이 빠져 있는 아주 작은 말초 기도까지 AI가 새로 찾아내 끊긴 기도 길을 이어줌으로써, 내비게이션 기관지내시경의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는 모델이 부산대학교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대는 의생명융합공학부 김민우 교수 연구팀이 양산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설희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CT 주석이 누락된 말초(peripheral) 기도 분지까지 AI(인공지능)가 발견하고 연결성을 복원해 내비게이션 기관지내시경에서 환자 맞춤형 기도 지도(airway map)의 완성도와 시술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폐 말초 병변의 진단과 치료에서 내비게이션 기관지내시경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술의 핵심은 환자 CT로부터 3차원 기도 지도를 만들고, 입(기관)에서 목표 병변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정확히 계획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말초로 갈수록 기도가 가늘어지고 기도벽이 얇아져 CT 대비가 낮아지면서, 말초 기도 분지가 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이 한계는 AI 학습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인공지능 학습에 널리 활용되는 공공 데이터셋의 기도 주석(라벨)은 실제 임상 CT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말초 분지에서는 누락이 빈번하다. 그 결과, 분할(segmentation) 모델이 제공된 라벨만을 ‘정답’으로 학습할 경우 실제로 존재하는 말초 기도를 과소 분할하는 경향이 생기고, 특히 내비게이션에 중요한 ‘분지 연결성(연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산대와 양산부산대병원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완전한 주석 환경에서도 말초 기도 가지의 연속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딥러닝 기반 기도 분할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기존처럼 라벨에 최대한 근접한 정밀 분할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내비게이션 기관지내시경의 임상 요구에 맞춰 센터라인 기반의 연결성과 말초 분지까지의 경로 지속성을 더 중요한 목표로 재정의했다.
연구팀은 해부학적 맥락 정보를 활용해 말초 후보 영역을 더 효과적으로 탐색하고, 얇은 말초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낮추는 한편, 말초 분지 및 중심선 연결성에 유리한 학습 제약을 적용해 누락 라벨에 과도하게 맞추며 실제 기도를 놓치는 현상을 완화했다. 또한 CT 해상도와 슬라이스 두께 변동으로 말초 분지가 소실되는 상황에도 강인하도록 설계해, 다양한 임상 조건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시술 전 계획 단계에서 더 완성도 높은 기도 지도 생성과 경로 추출이 가능해지고, 내비게이션 신뢰도를 높여 말초 병변 접근 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가 말초 분지를 추가 보강한 데이터로 평가한 결과, 제안 방법은 말초 기도 복원 성능이 우수했으며, 공공 데이터뿐 아니라 양산부산대병원 데이터에서도 검증해 일반화 성능을 확인했다. 특히, 중국 상하이교통대 Institute of Medical Robotics와 상하이흉부병원 Department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이 공동 주최한 MICCAI 2022 공식 국제 의료영상 AI 챌린지인 ‘Airway Tree Modeling Challenge’(ATM22, https://atm22.grand-challenge.org)에 해당 연구 방법을 직접 보내 평가받은 결과, 말초 기도를 더 깊숙이 찾는 평가지표에서 48개 비교군 중 현재까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IEEE 트랜잭션 온 메디컬 이미징(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 3월 9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김민우 교수와 양산부산대병원 설희윤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 부산대 정보융합공학과 AI전공 이시열 박사과정생과 서민경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했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기본연구,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인공지능융합혁신인재양성사업 지원을 받았다.
공동 교신저자인 김민우 교수와 설희윤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말초 폐암 진단을 위한 내비게이션 기관지내시경의 정확도를 높이는 환자 맞춤형 기도 지도 완성도 향상에 있다”며 “특히 CT 주석이 불완전한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말초 기도 분지의 연결성을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목표 지점까지의 경로를 제시하고 시술 중에도 상대적 위치를 지속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통합 내비게이션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이 접근법이 기도 구조뿐 아니라 혈관, 신경 등 얇은 관 구조물처럼 주석 누락이 잦은 다양한 의료영상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완벽한 라벨’이 전제되기 어려운 임상 현실을 고려할 때, 제한된 주석만으로도 실제 구조를 더 잘 찾아내고 연결성을 보존하는 실용적 AI 개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