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리더십⑭] 현장에서 찾는 정도…‘동중정 경영’ 정용진 신세계 회장

선명규 기자 2026.03.25 09:33:40

연이어 일선 점포들 찾아 현장 경영
“고객 삶 속으로 더 들어가야” 강조
성공 스토리 담긴 곳에서 미래 탐색

건설 중인 '스타필드 청라'도 살펴봐

 

지난 1월 1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맨 앞)이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찾아 이 곳의 상징인 책과 커뮤니티 공간이 어우러진 ‘센트럴 파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장(場)만 바뀌었을 뿐 특유의 소통력은 여전하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펼쳐 ‘재계 인플루언서’란 유별난 별칭을 얻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현장 네 곳을 찾았는데 이들은 모두 신세계그룹에서 의미가 있다. 각 장소에 녹아든 정용진 회장은 마침맞은 언사로 직원, 방문객과 소통했다. 현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 차분히 미래를 살피는 ‘동중정(動中靜) 경영’을 보인 것이다.

지난 1월 6일 오후 6시쯤.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은 정용진 회장은 분주했다. 일반적인 쇼핑 동선을 밟으며 매장과 상품 배치가 적절한지, 상품 가격은 적합한지를 따졌다. 판매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던 정 회장은 이내 입장 전환했다. 구매자 된 것이다. 평소 취미가 요리인 그는 카트에 식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모듬회 세트, 노브랜드 가정간편식과 냉동식품, 라면 등이 이윽고 담겼다. 정 회장은 동행한 임직원들에게도 “다들 뭐 하나씩 사가지고 가라”며 이곳 고객이 되기를 권했다. 역지사지를 주지한 것이다.

열흘 뒤인 16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으로 발걸음을 옮긴 정 회장은 또 다시 역발상을 강조했다.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걸 넘어 고객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고객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면 고객 역시 우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오고 우리와 고객 사이 거리는 그만큼 확 좁혀진다”고 말했다. 지근거리는 금세 확보됐다. 이날 정 회장을 만난 한 방문객이 “좋은 시설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자 정 회장은 “(찾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다”고 했다. 서로 접근하자 근접해진 것이다.

설 명절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찾은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에서도 친화력은 발동했다. 지난달 9일 정 회장은 매장 곳곳에서 직원들을 만나 “명절 준비로 바쁘실 것 같아 망설였지만 꼭 한 번 직접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인사를 건네는 고객들에게는 “자주 오세요”라며 화답했다.

 

지난 23일 찾은 곳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청라 건설 현장이다. 2028년 초 오픈이 목표인 스타필드 청라는 2만 3000석 규모 멀티스타디움과 호텔, 인피니티풀, 쇼핑몰을 갖춘 세계 최초 초대형 복합 레저테인먼트 공간이다. 지하 3층에서 지상 8층, 연면적 15만평으로 스타필드 중 최대 규모다.

 

이곳은 구체화 돼가는 꿈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날 정 회장은 “우리의 미래를 대표할 또 하나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멀티스타디움을 짓는다는 데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지난 1월 6일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노브랜드 간편식 매장에서 상품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삼색(三色) 성장 모델



정용진 회장이 올해 찾은 점포 세 곳에는 각자의 성공 스토리가 담겼다. 성장 모델로 삼을 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공통점도 있다.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은 지난 2024년 8월 이마트 점포 중 처음으로 '스타필드 DNA'를 접목해 리뉴얼 오픈했다. 장보기, 휴식, 체험 등을 결합한 공간으로 변모시키자 이 지역 랜드마크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성장세도 가팔랐다. 2025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28% 증가했고 방문객수는 22%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 1위 점포에 오른 것도 이런 차별화 덕분이다.

정 회장은 죽전점 현장에서 “혼란스러운 유통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 신세계그룹이,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신뢰하는 ‘쇼핑 성지’가 돼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등에서 구현한 압도적 1등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은 위치 선정이 통한 경우다. 복합쇼핑몰은 차를 타고 찾아가야 한다는 통념을 깼다. 아파트 단지 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지난 1월 5일 문 연 이후 한 달여 만에 100만 명이 찾은 배경이다. 이는 운정신도시 인구(약 29만 명)의 3배 넘는 인원이자 파주시 전체 인구(약 52만 명)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방문객의 70% 이상이 운정 인근 거주민이고 재방문율이 4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위치가 성공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성공 사례에 힘입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역밀착형 리테일 플랫폼을 서울 가양동, 충북 청주, 대전 유성, 경남 진주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9일 인천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설 선물세트 코너에서 고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아이를 바라보며 "자주 와"라며 웃었다. (사진=신세계그룹)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은 다크호스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 연 구월점은 이후 점포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고 지금은 하남점에 이어 전국 2등 점포로 자리잡았다. 직영 매장 2900평(9586m2)과 함께 테넌트(입점 매장) 1700평(5851m2)으로 구성돼 종전 대용량·가성비 장보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쇼핑 모델을 구현한 것이 비결이다.

트레이더스는 신세계그룹과 정 회장에게 모두 특별하다. 구월점 현장 경영에서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유통 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 만든 것이 지금의 트레이더스인데 오늘 와서 보니 한층 진화한 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1990년대부터 창고형 할인점의 가능성을 보고 오랜 준비 끝에 2010년 트레이더스 1호 용인 구성점을 열었다.

선구안은 적중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3분기 총 매출 1조 4억 원으로 사상 처음 분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1∼3분기 누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정 회장은 “16년 전 트레이더스 1호점을 열었을 때, 고객들에게 생소한 창고형 할인점 모델에 대한 우려와 이걸 굳이 해야 되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뚝심 있게 혁신을 계속한 결과가 지금의 트레이더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앞으로도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고, 또한 찾은 거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유통 시장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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