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공소청법엔 ‘이재명식 숙의’ 생략됐을까? ‘민생 문제’ 아니라서?

검찰개혁만큼 국가 운명 좌우하는 민생 현안 없는데…

최영태 기자 2026.03.19 11:54:10

정부가 내놓은 중수청법-공소청법 원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달라진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말도 많았던 공소청법-중수청법 안이 이제 곧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이 지나쳐온 과정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이들 법안에 대해서는 ‘이재명 식 숙의’ 과정, 즉 국무회의 생중계처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찬반이 오가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실용적인 방안이 채택되는 과정이 생략됐냐는 질문이지요.

처음에 정부 측 법안이 나오자 민주적 성향의 법 전문가들 사이엔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런 식이면 정치검찰이 되살아나는 정도가 아니라, 검사들이 공소청은 물론 중수청까지 장악하면서 정치검찰들이 꿈꿔왔던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지고, 이 대통령의 안전은 보장되지 못한다’는 해석이 강력히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국회 법사위원 중 일부는 유튜브의 김어준의 방송, 최욱의 매불쇼 등에 나와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지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유시민 작가도 이러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강경파 법사위원’ 비난을 초래한 대통령 메시지

그러자 기성 언론들은 바로 이들 법사위원들을 ‘강경파’로 몰아세우며 공격했습니다. 강경파란 용어 선택에 벌써 비난이 듬뿍 들어가 있지요. 조금 지난서야 이들로부터 “우리가 왜 강경파냐. 우린 개혁파다”라는 반론이 나왔지요.

이 대통령은 이런 반론 제기에 대해 3월 14일부터 연속 SNS 메시지를 통해 “의욕만 앞선 거친 접근은 오히려 개혁의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선을 넘는 발언들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숙의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의욕만 앞선’ ‘선 넘는 발언’ 등의 용어 선택은 ‘개혁파의 지나친 요구’를 꾸짖는 비난으로 읽히기 쉬웠고, 언론들은 ‘강경파들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다’라는 기사를 연속으로 날렸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어지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뉴이재명’(전통적인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라 새롭게 유입된 이재명 지지자 그룹)들이 공개 모임 등을 통해 이른바 “조털래유(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가 反이재명이니 이들의 힘을 빼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놨고, 온라인 상에선 이들에 대한 공격이 치열하게 공개된 모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왼쪽)과 송영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털래유’에 대한 공격이 하도 심하니 김어준과 유튜브 방송을 함께 하는 홍사훈 전 KBS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 독재 시절,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 누구냐.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에게 이렇게 잔인해졌나. 정치 이전에 사람이 있고, 의리가 있어야 한다”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마지막 순간에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법안을 대폭 수정한 끝에 최종적으로 이른바 ‘강경파 또는 개혁파’ 법사위원들도 “이 정도면 됐다”고 인정할 정도의 법안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지요.

특히 마지막 조절 과정에서 중수청법 45조, 즉 수사관이 수사 개시 때 피의자-범죄사실 요지-수사 경과 등을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하고, 검사가 의견 제시-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즉 검사의 수사 개입을 허용하는 조항을 ‘수정’하려는 민주당 입장에 대해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완전 삭제’를 결정했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발언(3월 18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보면 이 대통령의 뜻이 단단히 잘못 전달돼 왔다고 판단하게 되지요.

민생-경제에 바빠 검찰개혁은 숙의 생략?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사람들끼리 서로 패를 갈라 비난하는 난리판을 보면서 지울 수 없는 생각은, “김민석 총리가 ‘유쾌한 토론가이자 합리적 실행가’라고 특징을 잡은 이 대통령이 왜 다른 문제(특히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생중계라는 대통령 자신에게 위험한 수단까지 동원하며 토론-숙의를 잘 하면서 왜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러한 토론-숙의 과정이 생략되고, 대통령 스스로가 ‘검찰개혁파’의 입지를 좁히는 듯한 SNS 발언에만 머물렀냐” 하는 의문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18일 유튜브 매불쇼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가치를 중시하는 A그룹과 이익에 민감한 B그룹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것이라며 최근 사정을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18일 매불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민생 문제 등에 대해 너무 바빠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유 작가의 분석 그대로, 검찰개혁은 ‘웬만해서는 절대로 이재명 지지를 거두지 않을’ ‘스스로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족으로 생각하는’ 가장 강고한 지지층이 가장 원하는 첫째 사안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물렁해질 뻔 했다는 게 유 작가의 진단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게 내 행복”이라고 여러 번 말했던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전념하느라 검찰개혁에 대한 토론-숙의 과정을 생략했을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검찰개혁만큼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드뭅니다. 왜냐면, 노무현-노회찬처럼 정치검찰에 희생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면 나라의 행로가 달라지고, 불법을 행해도 처벌되지 않는 정치검찰이 횡행하면 바로 쿠데타하기 쉬운 나라가 되기 때문입니다.

검찰 쿠데타로 집권해 전쟁 일보직전까지 몰고 갔던 지난 정권을 돌이켜본다면 검찰개혁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민생 과제도 없습니다. 이 대통령 특유의 ‘공개 숙의’ 과정이 생략되고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막후조정’을 통해서야 겨우 검찰개혁법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이재명 지지자 사이에 내분이 초래됐다는 점을 돌이켜보면서, 이런 생략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기 출범을 맞이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B뉴스=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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