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바이든-尹 시대’에 멈춘 듯한 日의 李대통령 환대, 그 막전막후

'경제안보'라는 살짝 철지난 개념에 매달리는 일본 정권과 언론들

최영태 기자 2026.01.15 12:01:07

한일정상회담 종료 뒤 일제히 '경제안보'를 헤드라인으로 뽑은 일본 신문들에 대한 YTN의 보도 화면.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이 끝난 뒤 일본 언론들은 거의 모두 ‘경제안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뒀다고 썼습니다.

‘경제안보’라는 말은 사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절에 전세계를 풍미한 단어이지요. 예전에는 ‘경제 따로, 안보 따로’였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제 경제도 안보에 종속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 경제안보였습니다.

‘경제가 안보에 종속된다’면 냉전시대를 떠올리게 됩니다. 안보가 더 중요하기에 미국을 필두로 한 자본주의 진영은 진영 내 국가들끼리만 경제 거래를 하고, 과거 소련을 필두로 한 사회주의 진영 역시 그랬던 시대입니다.

그래서 바이든 시대에 크게 외쳐졌던 개념이 ‘한미일 동맹 대 북중러 동맹’의 블록 대결이었습니다.

‘동맹 때리고 적과 사귄다’는 트럼프 노선

하지만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림이 확 달라졌지요. 경제가 안보에 종속되기는커녕 트럼프는 ‘돈 많은 동맹국들을 겁박해 돈 뜯어내기’에 급급했고, 반면 중국-러시아 같은 안보적 경쟁 상대에는 대립과 협력을 버무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가까우면 때리고 멀면 사귄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국익에 도움 된다면 동맹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에 대해 유럽이 화났다는 내용을 보도한 연합뉴스TV의 보도 화면. 


이런 시대에 맞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은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한 뒤 바로 ‘실용주의’ 노선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한민국의 힘이 더 세져야 한다”는 말에서 이런 실용주의 외교가 잘 드러나지요.

트럼프가 힘 자랑을 하며 원교근공을 택한다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가까우니까 두들겨 맞는 신세’를 피하려면 트럼프가 우대하는 ‘힘있는 나라’가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뒤 웃음이 나올 정도로 한-일 간의 견해차가 드러났습니다. 다카이치는 줄곧 ‘일-미-한 연대와 일-한 연대’를 강조한 반면, 이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지요.

일본이 바이든-윤석열 시대의 “중러북에 맞서야 하니까 일미한이 연대해야지”를 되뇌고 있는 반면, 한국은 트럼프 시대에 맞춰 “힘을 추구하된 한국은 평화-협력을 통해”라는 새 노선을 견지한다는 인상입니다.

아소 타로는 왜 이 대통령 만나려 하나

한일정상회담 종료 뒤 내일부터 사흘간(16~18일)에 일본 집권 자민당의 부총재로서 현 다카이치 정권의 ‘킹메이커’로도 불리는 아소 타로가 서울에 와 이 대통령 면담을 추진 중이라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2023년 방일한 윤 직전 대통령을 만나는 아소 다로(왼쪽). (사진=-연합뉴스)


아소는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서, 윤 정권 시절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까지 방문하며 윤 직전 대통령과 밀담을 나눈 인물입니다.

아소는 작년 11월 한일협력위원회의 일본 측 회장으로서 서울에 왔을 때 이 대통령과 만나고자 했지만 불발에 그쳤다고 합니다. 한-일 보수 정치인들의 끈적한 인연을 타고 들어와 한국 대통령과 밀담을 나누고자 하는 아소의 행태에서 일본 정치의 ‘낡은 행태’를 보는 듯 합니다.

한국에 온갖 멸시를 주던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최근 중-일 대립 사태를 맞아 한국에 대한 태도를 싹 바꾼 모습을 보면서 ‘이익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행태를 다시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과연 그런 변신이 시대에 맞는지는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모테나시'(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진정한 환대)라는 말이 동원될 정도로 이 대통령에게 극진한 대접을 펼친 다카이치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작년 12월 “이 대통령이 나라에 오면 나라 시의 아베 전 총리 피살 현장에 방문 또는 헌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로 일본 극우 정치는 이 대통령의 방일을 ‘이용’하고자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일 대립 사태를 맞아 중국이 ‘2026년 새해 벽두에 이 대통령 초청’이라는 선수를 치자 코너에 몰린 일본 극우 정치가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지요.

이런데도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니, 디지털 전환에 늦었던 일본인들이 트럼프 시대의 세계 대전환에 또 뒤처지는 느낌입니다. 우리도 지난 3년간 미-중의 AI 대전환 흐름에 뒤쳐졌지만 그래도 정권 교체 뒤 추격에 국가적 매진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민의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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