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우측 깜빡이 켠 국힘…정강정책 ‘기본소득’ 삭제 추진 “왜”

심원섭 기자 2025.12.26 12:17:25

국힘, 정강·정책서 ‘기본소득’ 삭제 추진…“보수 가치 새로 정립”
“당원 공감이 우선”…민주당과 차별화 목소리 높지만 신중론도
기본소득 도입한 김종인 “기본소득 뭔지도 몰라 ‘꼴통 보수당’ 회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5일 성탄 예배를 보기 위해 서초구 사랑의교회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조은희(서초구갑) 의원, 장동혁 대표, 신동욱(서초구을) 의원. (사진=연합뉴스)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당 강령부터가 우리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고, 우리의 가치나 철학이 담겨 있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기본소득이나 기본사회처럼 민주당의 정책인지 우리 당의 정책인지 모를 내용이 정강·정책에 많이 담겨 있다는 의견이 오갔으며, 이에 장 대표도 공감했다” (26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보수진영의 원로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도입해 당 정강·정책 1호에 명문화된 ‘기본소득’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장 대표는 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초구 사랑의교회 성탄 축하 예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강·정책의 기본소득 문구 삭제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과 보수 정당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드리면서 필요하다면 정강·정책과 당명 개정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장 대표가 언급한 정강·정책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지난 2020년 9월 김종인 비상대책위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1조1항에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 뒷받침한다’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에 지난 2022년 유승민 전 의원이 “기본소득은 더불어민주당 기조에 가깝다”며 “당장 기본소득을 폐기하는 정강·정책 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개정 목소리가 나온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장 대표는 “당명이나 정강·정책, 당헌·당규 개정은 저희가 먼저 끌고 갈 사안이 아니라 당원께서 필요성을 인정해주실 때부터 논의가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고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 핵심관계자는 26일 CNB뉴스에 “‘기본소득’이라는 문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시그니처 정책이지, 보수 정체성이나 당 기조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장 대표도 비공식 자리에서 이 같은 사안이 거론됐을 때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강령 개정이 추진된다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 문구를 둘러싼 논란은 앞서 지난 대선 기간인 5월18일 열린 1차 대선 후보자 TV토론회에서 당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 실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몰랐다. 기본소득은 사실 개념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답해 이후 당내에서 관련 문구 삭제를 위한 개정 논의가 진행됐으나 본격적인 추진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따라서 6개월 만에 기본소득 문구 삭제 추진에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당연한 조치로서 기본소득제는 그 개념부터 잘못됐다. 노력과 성과에 대한 인정, 그것을 통한 사회적 역동성 확립과 다양성 보장,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을 기치로 내건 보수정당이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환영했다.

 

‘기본소득’ 문구를 도입한 당사자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장동혁 대표는 기본소득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장 대표가 국민의힘을 ‘꼴통 보수정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기본소득’ 문구를 도입한 당사자인 김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본소득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장 대표가 ‘기본소득’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국민의힘을 ‘꼴통 보수정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기본소득 개념을 정강에 넣은 이유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이 고용을 대규모로 파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생산은 이뤄지지만, 소비 주체가 사라지면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계층에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경제를 순환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을 “진보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당이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이지만 장 대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 시절에도 ‘경제민주화’를 하자고 하면 당 안에서 전부 반대했다. 그 결과 오늘날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해버린 것”이라고 일침을 전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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