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윤영아, 뉴욕·뉴저지를 감동과 웃음으로 수놓다

손예성 기자 2025.02.22 13:13:36

최정상 배우와 ‘젊지 않은’ 여가수의 환상적 콜라보
가수 윤영아의 극적인 삶을 각색한 자전적 뮤지컬
미주 동포 사회에 큰 감동·희망 안겨…관객들 ‘극찬’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며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등에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상급 배우 손현주와 90년대 초 ‘미니데이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얼마전 JTBC의 음악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50호 가수로 출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윤영아.

이 두사람이 지난 2월 2일에서 9일까지 미국 뉴욕과 뉴저지에서 공연한 뮤지컬 드라마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유명 가수가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는 경우는 비단 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뿐 아니라 예전에도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제작된 연극에 최정상의 배우와 가수가 출연한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가수 윤영아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의 실제 스토리를 바탕으로 쓰여진 자전적 뮤지컬 모노드라마 <보연언니 나는>을 작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공연한 바 있다. 당시 이 공연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이후 한국에서 윤영아에 의해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초연된 공연이 오히려 역수입된 셈이다.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는 이 모노드라마를 개작한 연극으로 <보연언니 나는>에서 윤영아의 연기를 지도하며 작품성과 윤영아의 열의에 매료된 손현주가 합류하는 뮤지컬 드라마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는 <보연언니 나는>과 동일한 극적 구조를 가졌지만, 손현주가 연기한 조운파 작곡가(칠갑산 작곡가) 역과 뮤지컬 배우 정서우가 분한 어린 윤영아 역이 추가되면서 더욱 풍성한 연극적 재미를 더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열연 중인 윤영아, 손현주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보니 윤영아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조운파 작곡가는 큰 비중으로 극적 행동에 관여한다. 조운파는 윤영아 삶의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윤영아의 실제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매우 진지한 메시지를 작품 안에서도 그녀에게 전하고 있다. 그러나 노련한 대배우 손현주는 조운파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진지한 메시지로 무겁게 그려질 수 있는 인물을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영아의 멘토인 조운파는 주로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윤영아에게 전하는데, 당시 불교신자였던 윤영아가 말귀를 못 알아 들을 때는 답답해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내를 가지고 윤영아에게 삶의 길을 찾아주고자 애쓰는 조운파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손현주의 연기를 보며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리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손현주의 연기는 이렇듯 명불허전이었다.
 
윤영아의 자전적 연극이다 보니 주인공의 이름도 윤영아다. 등장인물 윤영아를 배우 윤영아가 연기하는 것이다. 작가는 극적인 삶을 살아낸 윤영아라는 실존 인물을 두고 굳이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 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윤영아는 그러나 자신을 무대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윤영아라는 인물을 기억 속에서 상세하게 찾아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자신이 그 당시로 돌아간 것 같은, 극도로 몰입된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윤영아가 털어 놓은 일화가 있다. 공연이 촬영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서 본 친오빠가, 윤영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연기한 장면을 보며, “너무나 돌아가신 어머니 같아서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단다.

윤영아의 어머니를 실제로 만나보지 못한 관객들이어도 윤영아의 어머니가 실제로 저랬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이게 충분한, 진실된 연기의 극치를 윤영아는 보여줬다. 
 

윤영아

대배우 손현주가 자발적으로 조연을 자처할 만큼 진심으로 공연에 임한 윤영아의 연기는 관객들과 심지어는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까지도 감동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한시간 반의 공연에서 매 장면 무대를 이끌어 간 윤영아의 연기를 보고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는 2월 공연이 끝난 직후부터 미국의 다른 지역들에서 앵콜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의 모노드라마 버전 <보연언니 나는>의 공연이 이미 다수 예정돼 있다.  

이번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는 손현주가 현재 출연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의 촬영을 중단하면서까지 출연을 결심했고,  윤영아 역시 다수의 행사 및 콘서트 출연을 희생했기에 가능했던 공연이었다. 그만큼 기획적으로도 성사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던 그래서 더 가치 있었던 미주 동포 사회의 귀중한 문화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손현주, 윤영아 두 사람의 결단이 이루어낸 값진 성과인 만큼 앞으로도 미주 동포 사회의 더 많은 곳에서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의 공연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작품을 본 관객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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