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올드보이들, 과연 이재명에게 도움 될까

심원섭 기자 2024.10.31 11:12:03

‘보수 원로’ 윤여준과 이재명 회동...“尹 국민신뢰 낮아…李 대표 역할 커”

尹 “민주주의 훈련, 덜된 분들이 권력 잡아 문제”…李 “정치가 전쟁 상태”

 

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인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가? (지지율에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면서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는 것 같지 않아서 이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이회창 전 국무총리,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의 멘토로 알려져 ‘보수 원로’라고 평가받고 있는 윤 전 장관은 3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의 요청으로 오찬 회동을 갖고 정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윤 전 장관은 지난 25일 한 중앙 언론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반환점을 돈 현시점에서 살펴볼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연 국정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행정가로서의 경험이 풍부하지 않나. 윤 대통령보다 경험 면에선 나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우선 이 대표는 이날 오찬 자리에서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지혜가 필요한 때”라며 정국 상황에 대한 윤 전 장관의 의견을 구하자, 윤 전 장관은 “나라가 걱정”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윤 전 장관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나),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정부가 그리 신뢰를 받는 것 같지가 않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으니,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윤 전 장관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과) ‘힘 합쳐 뭘 해 보자’는 모습은 별로 안 보이고 여야가 적대적 관계가 됐다. 작은 나라가 그나마도 분열돼 역량을 모으지 못하니 딱하다”면서 “죽고 사는 식으로 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가 “정치인들은 공인이라 감정이 있어선 안 되는데, (상대를) 진짜 미워하는 것 같다”면서 “(죽고 사는 식으로 하는 것은) 전쟁인데 공적인 자리 외에는 서로 만나지도 않는다. 적대적 감정이 회복이 안 되는 것 같아,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장관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결국 대통령과 집권당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소수 여당이 다수당과 대화를 안 한다는 건 민주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어서 어르신들 말씀이 많이 필요하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예민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국민들 보시기에는 불편하니 사회 어르신들이나 원로분들이 나서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100여 분의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윤 전 장관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만나야 된다. 상황이 나쁘고 서로 껄끄러울수록 만나서 문제들을 드러내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께서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다음날인 12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연일 보수 원로를 만나는 것은 보수 접촉면을 넓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31일 CNB뉴스에 “이 대표가 진보 진영 인사만 만나서는 객관적인 현실 인식을 하기 어렵다”며 “연일 보수 원로를 만나는 것은 보수 접촉면을 넓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서기 위한 행보”라고 풀이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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