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처리→거부권→재표결→폐기’…최악의 ‘쳇바퀴’ 국회

심원섭 기자 2024.09.27 09:49:17

국회 돌아온 ‘방송4법·노란봉투법·25만원법’ 부결…자동 폐기

민주당 "계속 재상정 하겠다"...지루한 ‘쳇바퀴 정쟁’ 반복될듯

사실상 국회 기능 마비...최악 치닫는 여야, 서로 ‘사기꾼’ 외쳐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의 재표결이 진행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방송 4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등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주도로 재의 표결에서 들어갔으나 모두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방송법’(‘찬’ 189 vs ‘반’ 107 vs ‘무’ 3) ‘방송문화진흥회법’(‘찬’ 188 vs ‘반’ 109 vs ‘무’ 1) ‘한국교육방송공사법’(‘찬’ 188 vs ‘반’ 108 vs ‘무’ 3)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찬’ 189 반 vs ‘반’ 108 vs ‘무’ 2) 등 ‘방송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찬’ 184 vs ‘반’ 111 vs ‘무’ 4),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찬’ 183 vs ‘반’ 113 vs ‘무’ 2) 등 6개 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들 법안들은 지난 7~8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지난달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국회로 되돌아왔으며, 이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300명)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거대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되는 ‘정쟁의 굴레’가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야권의 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으로, ‘25만원 지원법’은 ‘위헌적이면서 효과는 작은 현금살포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온 반면, 민주당은 각 법안을 ‘윤석열 정부 방송 장악 저지법’, ‘노동자 권리 보장법’, ‘민생 부양을 위한 심폐소생법안’으로 규정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을 밀어붙였다.

이에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재발의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대통령 재의요구 및 국회 재표결 수순이 끝이 없는 듯 반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재표결도 앞두고 있다.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범야권의 주도로 이들 법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다시 국회로 돌아올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며, 이에 ‘야당 법안 발의→ 야당 단독 의결→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표결 시 여당 반대에 따른 부결 → 재발의’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쟁 공식’은 당분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날 부결된 법안 중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이미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수순을 밟아 폐기 처분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이른바 이들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된 데 대해 “야당은 반복되는 위헌·위법적인 법안 강행 처리를 이제 중단하길 바란다”며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폐기된 법안들은 여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이라며 “일부 재의안 표결에서는 반대가 국민의힘 재적 의원 수를 넘었다. 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쳇바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재표결 안건이 부결되자 야 5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나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여야는 이날 통상적인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을 두고 여당 몫 추천 인사인 경찰 출신 한석훈 후보자를 부결시킨 반면, 야당 몫 추천 인사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가결돼 국민의힘이 “민주당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격렬히 항의해 본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시 속개된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국감 자료를 받아보니 사기 범죄가 늘어났다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양당이 인권위원을 선출하는 것을 합의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한석훈 후보의 선출에 대한 당론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 투표하도록 했으나 우리당 서미화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 후보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에서 “사기꾼”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일단락됐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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