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재논의" vs "양보 못해"...당정 갈등에 협의체 난항

심원섭 기자 2024.09.13 09:44:58

의료계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고수

한동훈, 의대 증원 재논의 가능성 시사 

정부 "증원은 이미 끝...협의대상 아냐"

與-政 온도차로 4자 협의체 구성 난항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한동훈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응급실 대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추석 연휴 전에 ‘여(與)‧야(野)‧의(醫)‧정(政)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출범시켜 의료대란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으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일단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단체 등 주요 단체를 상대로 함께 설득에 나서는 등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협의체를 출범시키자는 데는 뜻을 모았으나 2005년도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야당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협의체 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구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추석 전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2025년 의대 증원 조정 문제를 놓고 이견을 노출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정이 안 되는 난맥상이 드러났다.

한 대표는 이날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의제 제한도 없고 출발을 위한 전제조건도 없다. 의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하나뿐”이라며 의료계를 향해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으며, 특히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는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현재 정부처럼 ‘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협의체를 가동할 수 없으니, 일단 의제를 열어두고 의료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대입 수시 모집이 이미 시작됐다. 입시 현장에 야기될 혼선을 고려할 때 2025년 의대 정원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일언 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이견을 노출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현재 의료 상황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고, 2025년 정원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의제 제한이 없어야 의료계를 설득할 명분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으나 한 총리는 “의료체계가 아직 잘 작동하고 있으며, 2025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회의는 솔직한 얘기와 어떠한 의견이라도 오갈 수 있는 자리”라며 “어떤 분들은 격론으로 얘기할 수도 있고, 의견 교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 수석대변인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당정간 이견이 노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정부의 입장이 있고, 의료계는 의료계의 입장이 있고, 야당은 야당의 입장이 있다”면서 “그러나 여당은 중재 역할로 의견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내자는 것으로 여당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측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은 의료계를 끌어들이려면 의제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고 설득했지만, 정부는 내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박주민 특위 위원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의협 등 대표성 있는 단체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하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추석 전 협의체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표성 있는 의료계 단체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 명절 밥상에 ‘중재자 한동훈’을 올려놓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주민 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를 만드는 이유는 현재의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단체들이 들어와야지, ‘개문발차’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앞서 국민의힘 한 대표는 지난 11일 부산대병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의 대표성 있는 많은 분이 협의체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부 참여하겠다는 단체라도 (있다면) 먼저 출발해야 한다”고 추석 전 협의체 출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일부 의료 단체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협의체를 우선 띄우는 방안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한 대표 주장대로 일부 의료단체만 참여하는 방식의 협의체로 ‘개문발차’할 경우 야당에서는 의료계 대표성에 대한 시비를 제기하며 선을 그을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원내 지도부는 모든 대화 주체가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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