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리내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 수상

손정호 기자 2024.09.03 09:21:21

이미리내 소설가. (사진=위즈덤하우스)

이미리내 소설가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3일 문학계에 의하면 이미리내 소설가의 첫 장편인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이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작가에게 주는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았다.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은 1908년부터 1981년까지 살았던 미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윌리엄 사로얀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2003년부터 사로얀 재단과 미국 스탠퍼드대 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2년에 한 번씩 소설과 논픽션 부문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진 작가에게 상을 수여한다.

이미리내 소설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하다가, 영어로 집필한 첫 장편소설이 영미권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에서 파격적인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한국에서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올해 7월 출간됐다. 최고령 탈북자 중 한 명인 이미리내 작가의 이모할머니인 고(故) 김병녀 여사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사진=위즈덤하우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 요양원 치매 환자 구역에서 흙을 먹는 것으로 악명 높은 묵 할머니이다. 묵 할머니는 요양사에게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여덟 개의 단어들을 들려준다.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어머니이다. 실제로 그녀가 말한 단어는 일곱 개이고, 그녀는 빈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출판사 측에 의하면 묵 할머니는 일제 시대에 평양에서 태어났고, 영어를 배운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폭행에 눈이 먼 어머니를 고쳐준다는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에 있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다. 그녀는 미군의 개입으로 탈출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수용소인 멍키하우스에서 일한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다가, 일본어와 영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누군가 북한 당국에 신고해 남한에 공작원으로 파견되는 삶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리내 소설가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으로 영국 여성문학상, 윌버 스미스 모험문학상에도 후보로 올랐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영상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진 소설가의 장편 ‘파친코’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시즌 2가 최근 공개됐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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