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소설가, 애국지사로 유해 국내 봉환 추진

손정민 기자 2024.05.14 09:12:14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페터 쾨슬러 그래펠핑 시장 등이 독일에 있는 이의경 애국지사, 필명 이미륵 소설가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압록강은 흐른다’의 이미륵 소설가의 유해가 국가보훈부에 의해 우리나라로 봉환된다.

14일 문학계에 의하면 독일 교과서에 실린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이미륵 작가 유해가 독일 뮌헨 인근 그래펠핑시에서 국내로 봉환을 추진한다. 이미륵은 필명이고, 본명은 이의경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독일 그래펠핑시에 있는 이의경 애국지사(이미륵 소설가)의 묘소를 페터 쾨슬러 그래펠핑 시장과 함께 참배하고, 광복 80주년에 맞춰 이 지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는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의경 지사의 유해 봉환은 지난 4월 말 국가보훈부와 교육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와 기억계승 방안’ 중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의경 지사는 조선 시대인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1910년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본에 강탈된 후인 1919년 독립을 주창하는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독립 외교 활동을 위해 대한민국청년외교단이 결성되자 편집부장으로 활동했고, ‘외교시보’ ‘경술국치경고문’ 등을 발행했다. 일본 경찰에 대한민국청년외교단이 발각되어 체포되었고, 1920년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후 일본 경찰의 수배를 피해 1920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일을 돕다가, 안중근 지사의 사촌인 안봉근 씨의 권유로 독일로 망명했다. 독일에서도 동료들과 항일 운동을 펼쳤고, 반나치 지식인인 철학자 쿠르트 후버 교수와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경 애국지사, 필명 이미륵 소설가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2019년 6쇄 발행 범우사 판본. (사진=손정민 기자)

우리나라 정부는 이런 이의경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고, 올해 7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이번 강정애 장관의 이의경 지사 묘소 참배에는 페터 쾨슬러 그래펠핑 시장과 토마스 엘스터 주뮌헨 대한민국 명예대사, 신순희 독일 이미륵기념사업회 부회장, 독일 이미륵기념사업회 초대 회장인 고 송준근 전 회장의 딸인 송세희 씨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독일 이미륵기념사업회에 우리나라 국가보훈부의 ‘2024년 7월의 독립운동가 선정패’를 전달했다.

이 지사, 필명 이미륵 소설가는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륵 소설가는 해주보통학교, 경성의학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의학 석사, 뮌헨대 대학원 동물학,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1년 소설 ‘하늘의 천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레펠핑시에서 독일어로 쓴 ‘압록강은 흐른다’가 최우수 독문 소설로 선정되고, 독일 교과서에도 실렸다. 국내에서 2008년 방송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다.

‘압록강은 흐른다’의 부제는 ‘한국에서의 소년시절’이다. ‘수암-이것은 나와 함께 자라난 내 사촌 형의 이름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압록강 인근 마을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이후 지인들과 유럽, 중국에서 보낸 시절의 경험을 담담한 사실주의 필체로 그리고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과 일본의 패전, 우리나라 광복 직후인 1946년 피퍼출판사에서 전후 첫 출판물로 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 ‘무던이’ 등의 작품도 남겼다.

정규화 이미륵 박사 기념사업회 회장은 “이미륵은 본원적 리듬을 깨뜨리는 어떤 당파적 성향도 허용하지 않았던 인간 정신의 절대적 자유를 신봉했던 철학자이며 실천적 행동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페터 쾨슬러 그래펠핑 시장은 “이의경 지사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애국지사이기도 하지만 독일에서 철학, 문학 등으로 독일 청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었고 독일과 한국 관계에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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