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국민 심판 준엄했다…기로에 선 윤석열 정권

도기천 기자 2024.04.11 11:16:37

與 ‘참패’, 野 ‘목표 초과’, 조국당 ‘돌풍’
尹대통령, 당안팎 책임론에 ‘사면초과’
조국당, 돌격대 역할…여의도 지형 재편
강고해진 ‘이재명號 민주’…선명성 경쟁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심판은 무섭고 준엄했다. 총 300개 국회의원 의석 중 과반을 목표로 내건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단독 과반을 기대했던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다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발의 등 강력한 대여투쟁을 내건 조국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조국혁신당이 무려 12석을 차지하며 대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여론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민심의 파도가 거셀 줄 몰랐다”며 이번 선거를 지난 2년간의 실정(失政)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했다.

실제로 선거 막바지에 일부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김준혁)과 자녀 편법대출 의혹(양문석), 아빠 찬스 논란(공영운)이 불거졌지만, 정권심판론이라는 대세를 꺾지는 못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CNB뉴스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점 등 여권의 악재는 민심에 큰 영향을 끼친 반면 야당 악재에는 민심이 거의 동요하지 않았다. 정권심판론이 후보 개개인의 자질 문제를 덮어버린 이례적인 선거였다. 그만큼 정권심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의 참패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매서운 민심이 확인된 만큼, ‘독선’, ‘불통’으로 상징되는 국정 운영 기조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일단 윤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은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보다 더 강력해진 여소야대 국회를 마주하며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내주게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책임론’ 부상…비윤계 득세 예고



반면 국민의힘이 비록 크게 패했지만 개헌저지선(100석) 사수에는 성공했고, 지난 총선 성적표(103석)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여야 간 극한 충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윤 대통령 측근들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게 되면, 당내에서 비(非)윤석열계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거대 야권과 당내 비윤 세력이라는 두 개의 산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강력한 대여 투쟁을 내건 조국혁신당의 약진도 윤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다.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일명 김건희특검법),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은폐 의혹(일명 한동훈특검법) 등을 다룰 법안 발의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조국혁신당이 민주연합 일부 세력 및 군소 야당 등과 손을 잡고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정부·여당이 받는 압박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홍익표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vs 조국, 선명성 경쟁 돌입



한편 차기 대권 주자 0순위로 꼽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장악력이 세지면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특검 추진과 각종 정책 실현에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숱한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 대표가 영입한 외부인재들 대부분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전체적인 판세 또한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당내 리더십이 더욱 강고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사건건 이 대표 체제에 반발해온 비명계도 공천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진 상황이다.

다만 조국 대표와의 선명성 경쟁은 이 대표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조 대표가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만큼, 서로가 강력한 대권 경쟁자로서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재선에 성공한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10일 CNB뉴스에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과반 이상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당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조국혁신당이 먼저 움직일 경우 민주당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민주당이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려면 180석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12석을 얻은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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