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예기] “차세대 K뷰티”…아모레퍼시픽의 100년 먹거리

김민영 기자 2024.04.09 09:48:34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60년전 ‘인삼 크림’으로 시작한 설화수
북미·일본·유럽 등으로 K뷰티 영토확장
폐플라스틱 회수해 재활용…친환경 앞장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옥외 디스플레이에서 설화문화전의 두 번째 전시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의 한방(韓方) 컨셉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雪花秀, Sulwhasoo)는 시간의 흐름에도 건강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눈 속에서 피어난 빼어난 꽃’이라는 뜻처럼 설화수는 오랜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남다른 브랜드 철학과 역사를 쌓아왔다.

설화수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창립자 서성환 회장은 사업 시찰을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향수 산지 그라스에서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특산 식물 재배가 경제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 깨달음에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식물을 생각해냈으며, 그것이 인삼이었다. ‘몸에 좋은 인삼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설화수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6년 국내 최초의 인삼 화장품으로 출시된 ‘ABC 인삼크림’. (사진=아모레퍼시픽)

인삼은 한국의 일상에서 익숙한 소재이지만 피부에 바른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인삼을 먹기만 했기 때문에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으로의 연구는 전혀 진행된 바 없었다. 오늘날 한방과학연구센터의 모태가 된 당시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인삼의 모든 부위에서 나오는 모든 추출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66년에 ‘ABC 인삼크림’이 출시 됐다.

 

설화수의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인삼 사포닌에 대한 심층 연구가 이루어지며 피부에 구체적인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하나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 피부 미백에 도움이 되는 성분, 피부 방어력을 높이는 성분 등이다.

설화수는 이러한 연구 끝에 ‘활성뷰티사포닌’, ‘진세노믹스™’를 탄생시켰다.

설화수는 최근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북미, 일본, 유럽 등에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등 설화수 영토를 과간하게 확장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1~2년 사이에 블랙핑크 로제와 배우 틸다 스윈턴을 앰버서더로 발탁한 점이다.

지난 2022년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영입해 ‘설화, 다시 피어나다’ 캠페인을 벌였다.

 

설화수, 블랙핑크 로제 브랜드 캠페인 스틸컷.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해 3월에는 배우 틸다 스윈튼이 합류했다. 틸다 스윈튼은 지난해 초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배우다. 틸다 스윈튼이 출연한 브랜드 영상 2편이 같은달 설화수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영상에서는 설화수의 인삼 원료와 연구 여정이 표현됐다.

앞서 설화수는 지난 2010년에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바 있으며, 현재 뉴욕을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 대형 백화점, 세포라 매장, 세포라 닷컴에 입점해 있다.

특히, 설화수의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 6세대 제품은 2023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감각이 주요 평가 요소다. 한국 서화가 현대 시각으로 재해석 되어 표현된 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게 아모레 측 설명이다.

윤조에센스 6세대에는 PCR(Post-Consumer Recycled)이 적용됐다. PCR은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한 원료를 말한다. 이러한 PCR은 50%가 캡에 적용된다. 설화수의 제품을 생산하는 오산 뷰티파크에서는 PCR과 같은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설화수 나이트 앳 더 메트 행사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에 친환경 기법을 도입한 이유는 ESG경영이 세계적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아모레는 이같은 ESG경영의 일환으로 재생전력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난 2022년 RE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한편 아모레는 설화수 뿐 아니라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라네즈, 코스알엑스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엔진 상품을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을 올해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지난달 15일 주주총회에서 북미, 일본, 유럽, 아세안 등 주력 시장에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신흥 시장도 적극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CNB뉴스에 “미국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와 제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대표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채널 분야도 지속적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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