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식콜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감탄사…대한민국 ‘갱며들인’ 밤양갱

선명규 기자 2024.04.01 09:32:41

비비 ‘밤양갱’ 히트에 양갱 인기도 쑥쑥
“밤이냐 팥이냐” 선택은 다디단 밤양갱?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노래 덕 봤다”
역사를 보면 큰아버지뻘 연양갱이 원조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대한민국에 때 아닌 양갱 열풍이 불고 있다. 그 덕에 크라운제과의 밤양갱 판매량 역시 치솟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갱며들었’다.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여러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면서 너도나도 “달디단(다디단) 밤양갱”을 부르짖고 있다. 비비의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268만회를 넘었고, 음원 절대강자 아이유도 이 노래에 막혀 1위 탈환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다.

대한민국이 ‘밤양갱’에 스며들자 아류들도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가 황정민이 부른 ‘밤양갱’이다. 진짜 가창한 것은 아니다. 황정민의 영화 대사를 짧게는 한 음절씩 조합해 완성했다. 짜깁기인 셈이다. 이 영상은 조회수 327만회를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는 딥페이크로 만든 북한 김정은의 ‘밤양갱’ 영상이 등장해 클릭을 유발하고 있다. 양산되는 패러디가 ‘밤양갱’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양갱'에도 족보가 있다. 1945년생 연양갱이 1992년생 밤양갱의 큰아버지뻘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노래가 촉발한 관심은 본체이자 실존하는 ‘밤양갱’으로 번졌다. 여기서 미리 짚고 넘어갈 것은 양갱의 족보다. 원조는 해태제과가 1945년 선보인 연양갱이다. 국내서 가장 오래된 과자류로 꼽힌다. 한참 뒤인 1992년 나온 크라운제과의 밤양갱은 연양갱의 조카뻘로 보면 된다. 지난 2004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는 크라운제과그룹이란 이름으로 한식구가 됐으니 이러한 족보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양갱 명가’의 탄생.

선구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 법. 밤양갱의 큰아버지뻘인 연양갱은 독특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타우린이다. 피로회복제에 들어있다는 그 타우린 맞다. 운동하는 이들 사이에서 초콜릿보다 연양갱을 선호하는 부류가 있는데 여기에 근거가 있다. 연양갱은 타우린 27mg에 탄수화물 37g을 함유하고 있다. 운동할 때 폭발적인 힘을 쓰기에 제격이란 얘기다.

비비는 노래했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다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그러나 밤이 들어가서인지 팥에 기초한 연양갱보다 덜 달게 느껴진다. 비비도 같은 생각이라면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연양갱이야”라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의 대유행 현상도 바뀌었을까. 입에는 확실히 밤양갱이 잘 붙는다.

 

"다디단 밤양갱" 보다 팥에 기초한 연양갱이 더 달게 느껴진다. (사진=선명규 기자)

 


노래 뜨자 양갱류 매출 35% 껑충



인기라는 말은 사실 희미하다. 체감이 되지 않을 땐 수치를 보자. 이마트가 지난 한 달간 과자 매출을 분석했더니 비비의 ‘밤양갱’이 나온 2월 13일부터 3월 17일까지 양갱 매출이 지난해 대비 3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품 개수로 따지면 약 100만개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마트 측은 “보통 양갱류는 매출의 높낮이 없이 꾸준하게 판매되는 상품으로, 이와 같은 큰 매출 신장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물이 들어오다 못해 범람하자 노를 힘껏 저었다. 이른바 ‘비비X밤양갱’ 한정판을 선보인 것이다. 비비의 소속사 ‘필굿뮤직’과 밤양갱이 몸담은 크라운제과가 굿즈 제작을 협의했고, 여기에 대형 유통사인 이마트가 가세하며 탄생했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3월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제품은 크라운제과 밤양갱 10개가 한 묶음이다. 물량은 총 5만개. 소장을 원한다면 마트행을 서두를 일이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가 3월 22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한정판 비비X밤양갱 (사진=이마트)


노래가 뜨자 ‘양갱 명가’의 아버지도 미소 지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한국메세나협회 신임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노래 덕분에 ‘밤양갱’도 인기가 늘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요즘 아주 신이 난다”는 윤 회장은 “‘밤양갱’ 덕에 (연양갱) 캐파(생산능력)를 늘렸다. 이 노래가 히트를 치며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던진 감탄의 한마디. “문화의 힘이 정말 대단해요!” 먹거리와 대중예술이 만나자 폭발력이 커졌다. 양갱의 전성시대는 그렇게 열렸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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