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왕서방’ 자본 피한 면세업계…10년 후 대비는?

김수찬 기자 2023.03.23 09:41:03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면세업계가 중국 ‘왕서방’의 침공을 가까스로 피했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앞으로 10년간 인천공항에 발붙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달 말 마감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업계 초유의 관심사였다.

이번 면세점 입찰의 사업구역은 제1·2여객터미널을 합쳐 2만4172㎡(약 7312평)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계약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 중국 면세 사업자 CDFG가 필연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CDFG가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입찰가를 제시하면 낙찰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회 환원과 상생 협력 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입찰가 점수가 심사 기준의 40%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돈만 많이 부르면 땡이라는 의미.

그러나 구역별 최고가액을 써낸 기업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었다.

이번에 경쟁 중인 사업권은 ▲1그룹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DF1·2) ▲2그룹 패션·부티크 2개(DF3·4) ▲부티크 1개(DF5) 등 총 5개 구역으로, 신라와 신세계는 5개 구역에 모두 제안서를 냈다. 중국 CDFG는 1~4구역, 롯데는 1·2·5구역, 현대백화점은 5구역에 입찰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개찰과 사업제안서 점수 합산 결과 1·2구역은 신라, 3·4·5구역은 신세계가 1위를 차지했다. CDFG는 예상보다 낮은 입찰 금액과 미비한 사업제안서로 인천에 입성할 수 없었다.

국내 면세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고객을 잃을 위기였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0년 이후에는 외국계(중국) 면세 사업자의 침공을 피할 수 있을까? 현재 사업권 입찰 심사 기준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면세산업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 특성상 면세점 입찰 시 자국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사회 환원과 상생 협력 등의 기준을 내세워 자국에 얼마큼 기여했는지 심사를 한다. 국내 기업이 더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입찰 가격 비중이 4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막강한 자금력이 있으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국내 면세점들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할 때다. 규제 완화, 국내 기업 지원, 제도 개편 등의 정책을 업계와 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33년 면세업계의 상황이 어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니까 말이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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