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수난시대...국힘 도태우·민주 정봉주, 공천 취소된 속사정

여야 모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심원섭 기자 2024.03.15 12:09:58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 공천이 취소된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에 출마할 후보 등록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여야정당들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공천이 확정된 3명의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충북 청주 상당의 5선의 정우택 후보를 비롯해 ‘5·18 폄훼 논란’을 빚은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으며, 민주당 역시 과거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 후보를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해 “두 차례 내놓은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보겠다”며 일단 안고 가려고 했으나 ‘추가 막말’ 논란이 확산되면서 14일 심야에 결국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 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도 후보가 5·18 폄훼 발언에 대해 두 차례 사과문을 썼고, 특히 두 번째 사과문에서 ‘5·18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표방한 점 등으로 볼 때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에 지난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말한 데 이어 “뇌물 혐의가 있던 정치인은 죽음으로 영웅이 되고, 그 소속 당은 그로 인해 이익을 봤다”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는 등 추가 ‘극언’들이 터져 나오면서 당은 공관위에 재논의를 요청했다.

이에 공관위는 이날 저녁 다시 회의를 열어 당장 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웠을 뿐 아니라, 또 어떤 과거 ‘막말’들이 추가로 밝혀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사실상 만장일치로 도 후보의 공천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른바 ‘목발 경품’ 발언에 이어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후보에 대해 민주당은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정 후보는 지난 2017년 7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패널들과 대화하던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는 지난 2015년 경기도 파주 DMZ(비무장지대)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것으로 의심받았으며, 이에 정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승리하자 당시 발언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자신의 SNS를 통해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2015년에 다친 장병들이 정 후보로부터 사과를 받은 바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거짓 해명’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정 후보는 이날 재차 SNS에 글을 올려 “목함지뢰로 사고를 당한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제 발언을 비판해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다”면서도 “2015년 사고 장병들의 경우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발언 이튿날 팟캐스트를 통해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정 후보가 당사자들에게 사과했다는 해명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증폭되자 당내에서는 임박한 총선 판도에 이번 사안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이 대표가 논란이 더 확산하기 전에 강도 높은 조처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국민의힘 충북 청주 상당의 정우택 후보.(사진=연합뉴스)

앞서 국민의힘은 충북 청주 상당에서 공천이 확정된 5선 중진인 정우택 후보에 대해 ‘돈 봉투 수수’ 의혹이 확산되면서 공천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정 후보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은 지난달 14일 국민의힘 청주 상당 지역구 공천 면접 심사를 하루 앞두고 한 지역 언론을 통해 정 후보가 한 남성으로부터 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보도에서 CCTV 영상이 2022년 10월에 녹화된 것으로, 지역의 한 카페업자가 불법영업으로 중단된 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 후보에게 돈 봉투를 건넨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영상에 촬영된 인물이 자신이 맞지만, CCTV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업자에게 곧바로 돌려줬다며 공천심사를 앞두고 벌어진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으나 당초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던 그 업자가 돌연 “회유에 거짓말했다. 영상에 찍힌 것 외에 정 의원 측에 전달한 돈이 더 있다”고 밝혀 진실 공방은 경찰 수사로 확대된 상태다.

이후에도 정 후보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보도는 녹음기록에서 의혹 제기 후 업자 측을 회유하는 발언, 정치후원금을 요구하는 발언, 금품 전달을 연상케 하는 발언, 사업권 획득 등 이권 개입을 예고하는 발언 등이 고스란히 담기는 등 꼬리를 물었으며, 지난 13일 한 매체는 카페업자와 정 후보 보좌관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공관위는 14일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공천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