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불매운동에 엉뚱한 사람 다치지 말아야”

김수식 기자 2019.09.12 08:28:38

한 일본식 음식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객 안내문을 올렸다. (사진=커뮤니티 ‘루리웹’ 캡처)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지난 7월 4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한국에서는 ‘NO재팬’ 즉,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동시에 일본여행을 가지 말자고 뜻을 모으고 있다.

약 두 달이 지났다. 일본 불매운동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추석 선물세트 구성에서 일본 제품을 모조리 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에 판매했던 일본산 사케와 조미식품을 올해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본산 전통과자인 화과자를 선물세트 판매 목록에서 제외했다. 현대백화점 또한 올해 추석 선물 추천 목록에서 일본 제품을 없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일본 제품을 제외시키고 있다.

일본맥주는 지난달 수입액이 전년 동기보다 97% 넘게 줄었다.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이벤트에서도 일본맥주는 제외됐다. 일본차도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했다. 해당 월에 신규 등록 대수는 1398대로 전년 동기 3247대와 비교해 57% 감소했다.

연휴면 단골 여행 장소로 느껴졌던 일본여행도 대폭 감소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추석의 경우 일본으로 출국하는 여객은 5만648명으로 전년 추석연휴 11만9572명보다 5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우려된다.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있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한 손님이 들어와 냉장고에서 아사히 맥주를 모조리 빼더니 치우라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술에 취한 듯해 일단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웠다. 이미 사놓은 일본 제품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몰라 결국 집에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한 이자카야 식당 주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게에 들어와서는 일본가게처럼 꾸몄다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아르바이트생을 불러 일본맥주를 판다고 혼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느 날은 출근을 하니 창문이 깨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몇 군데만 봐도 일본차를 탄다는 이유로 테러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백미러를 부러트리거나, 차 문을 못으로 긁고, 바퀴에 펑크를 낸다고 한다. 심한 경우 창을 돌로 깨는 경우도 있단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칫 일본 불매운동의 의미가 훼손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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