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 여기 다 모였어요. 우리나라 10대 재벌 중 4집 정도는 제가 중매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7년째 중매를 직업으로 삼아온 차일호(68) 씨. 대한민국 최상위 1%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자니윤 쇼’를 시작으로 최근 MBN ‘황금알’부터 tvN ‘화성인 바이러스’ 까지 각종 방송에 얼굴을 비쳐왔다. 그가 풀어놓은 상류층의 결혼 뒷얘기와 중매 노하우가 입소문을 타며 '중매 대통령' ‘중매의 달인’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제가 정해 놓은 VIP 고객의 기준은 부모 재산이 2000억 원 이상, 아버지가 장관 혹은 장관에 준하는 직업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냥 국회의원도 VIP에 들 수 없어요. 국회의장이나 부의장 정도는 지내야 VIP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 판매부수 3위 안에 드는 모 일간지 사주의 아들도 제 소개로 짝을 찾았죠.”
물론 평범한 집안의 고객도 많지만, 재력 있고 이름 있는 집안에서 차씨에게 손을 뻗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특히 그가 자랑하는 것은 낮은 이혼율. 차씨가 맺어준 부부 3600쌍 중 이혼한 커플은 20쌍에 그쳤다.
“맺어준 커플 대부분이 헤어지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덕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많은 커플을 결혼시킨 것보다도, 그들이 결혼 후에 잘 살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차씨의 중매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먼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관상’을 본다. 관상과 말투에서 나오는 성격을 보고 짝을 찾아주면 틀어질 일이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활달한 사람은 침착한 사람과, 성격 급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과 맺어줘야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성격이 좀 있는 사람은 연구원하고 결혼하면 잘 맞아요. 반대로 느긋한 사람은 군인이나 변호사같이 팔딱팔딱 뛰는 사람과 해야 하죠.”
“현직 수녀까지 결혼시켜봤죠”
27년 동안 중매를 하면서 특이한 경험도 많았다. 우연히 보게 된 백화점 직원이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며, 그 여자와 맞선을 보게 해달라는 고객도 있었다. 일명 ‘주문 중매’다. 차씨가 직접 상대 여자를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 맞선까지 보게 해 결혼시킨 경우다. 비슷한 케이스는 또 있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A호텔 회장의 아들의 중매를 선 적이 있어요. 모 호텔에서 5번 정도 선을 보게 했는데, 어느날 그 아들이 더 이상 맞선을 안 보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오늘 맞선 본 상대 여자가 참 마음에 들었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맞선을 볼 때 찻잔을 날라주던 호텔 직원이 마음에 들었던 거예요. 자기가 군대 갔을 때 헤어진 여자와 똑 닮았다며, 그 여자와 만나고 싶다더군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집안끼리 결혼을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보통 재력 있는 집안에선 그에 걸맞은 상대를 찾기 마련인데, 오히려 가난하고 가방끈이 짧은 상대를 원하는 케이스도 드물게 있단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VIP 고객들은 상대 쪽 집안을 꼼꼼하게 따져요. 며느릿감을 볼 땐 여자의 외모와 아버지의 직업을 많이 고려해요. 특히 아버지의 학식이 어느 정도 되느냐를 중요하게 보더라고요. ‘집안 일원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어야한다’는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어요. 또 사윗감을 고를 땐 집안 재력을 가장 많이 봅니다.”
스님과 신부님 빼고는 모든 직업군을 결혼시켜 봤다는 차씨. 요즘 젊은 층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나이가 40이 넘어가면 굉장히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단언했다.
“한번은 나이가 38세 정도 된 현직 수녀가 뒤늦게 결혼을 하고 싶어서 찾아온 경우도 있었어요. 결국 6개월 만에 짝을 찾아 결혼했죠. 어머니가 아프셨다고 들었는데, 항상 ‘난 네가 결혼하는 게 소원이다. 네가 결혼하면 내 병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네요. 그래서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큰 것 같아요.”
“이 직업 갖고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경험은…”
지난 95년, 차씨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베트남 ‘라이따이한’ 커플 36쌍의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기도 했다.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결혼식 진행부터 예복, 신혼살림에 쓰일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제공해줬다.
“당시 베트남 사람들도 신기하게 여기더라고요.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에 와서 돈 들여 합동결혼식을 열어주니, 그렇지 않겠어요?”
차씨가 중매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이처럼 보람 있는 일을 했다고 느낄 때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던 분이 짝을 찾기 위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양쪽 다리를 못 쓰게 된 분이었죠. 한국에 머무르는 한 달 동안 온갖 결혼상담소를 뒤졌는데, 짝 찾기가 쉽지 않았다더군요. 마침 제 고객 중에 소아마비로 다리를 살짝 저는 여성분이 있었어요. 결국 두 사람을 소개해 결혼까지 성사됐죠. 제가 저 세상 갈 때까지 못 잊는 경험 중 하나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