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기자 |
2026.03.17 13:26:19
과천 경마공원 이전 논의가 도내 유치전으로 번지던 시점, 경기북부 5개 시·군이 경쟁 대신 연합이라는 전혀 다른 선택지를 집어 들었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정부와 머리를 맞대며 경마공원의 도내 이전을 공식 요청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달 9일, 도내 이전 검토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방산혁신클러스터 역시 올해 신규지역 선정 공고에서 미운영 지역 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며 공동 대응의 실익을 한층 키웠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연천 5개 시·군이 17일, 공동선언을 내걸고, 두 사업을 “경원권 공동 유치”의 깃발 아래 함께 밀어붙이겠다고 못 박았다.
이번 선언의 포커스는 사업 자체보다 방식의 전환에 주목되고 있다.
같은 권역 안에서 지자체끼리 맞붙으면 입지 논리와 정치적 메시지가 제각각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교통망·군사시설·산업부지·반환공여지를 하나의 묶음으로 엮어 제시하면, 정부를 설득할 협상 카드의 무게가 달라질 가능성이 증폭될 수 있다.
실제 공동선언문에는 경마공원을 중심으로 한 “경원권 경제 공동체” 구상이 담겼다. 사격장·훈련장 등 국방 인프라를 발판 삼아 연구개발·실증·드론·지상 MRO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됐다.
경마공원 이전 후보지로 동두천이 내세운 곳은 미군 반환공여지인 짐볼스훈련장이다. 전체 약 362만 평 가운데 57만 평이 개발 가능한 땅으로, 이전에 필요한 면적인 약 35만 평을 넉넉히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산악 지형을 활용한 승마 코스와 말 테마공원 조성 가능성까지 더해, 이전지 메리트에 말산업·관광·여가를 아우르는 복합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덧입혔다.
방산 분야에서는 공동전선의 논리가 한층 더 뚜렷하다.
방위사업청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지역 특화 방산부품 국산화 거점으로 정의해 왔으며, 올해 공고에서도 컨소시엄 구성의 문을 열어뒀다. 동두천은 약 18만 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 2단계 부지와 인접 지역 방산 앵커기업, 접경지 군사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부품업체와 MRO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북부 5개 시·군이 역할을 나눠 공급망 구조를 견고히 설계할 경우, 단독 유치전에 비해 사업 구성의 밀도와 설득력이 한 단계 격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점이다.
해당 공동선언은 접경지와 반환공여지라는 북부의 오랜 약점을 거꾸로 협상력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과천시의 거센 반발이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과천시는 지난해 경마장 관련 재원으로 485억 원을 받았고, 이는 본예산의 10.8%에 달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경마공원을 떠나보내는 것이 곧 지역 재정의 한 축을 잃는 일인 셈이다.
반면, 북부 지자체들은 같은 사업을 지역 재편의 결정적 기회로 읽고 있다. 하지만, 최종 성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마공원 이전은 정부의 공급정책 방향, 과천 지역의 완강한 반발, 마사회의 셈법, 그리고 최종 입지 심사라는 크고 작은 언덕들이 아직 남겨져있다. 전문가들 역시 방산혁신클러스터 특화 분야와 기업 집적도를 수치로 증명해야 비로소 구도가 또렷해질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