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인,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진
‘평생투자파트너’ 내세워 디지털영토 확장
자체 개발한 ‘KB버디’로 모바일 매매 주도
커뮤니티·유튜브 등 현지사회 맞춤형 운영
기존 항로를 재조정해야 할 때다. 한국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이란 과제에 당면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폭탄을 터트렸고,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서 미·중을 벗어나 제3의 선택지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눈 밝은 기업들은 서둘러 다른 지대로 속속 방향타를 돌리며 성공적인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을 수 있을까? <편집자주>
KB증권이 젊은 경제 강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꾸준히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KB증권의 베트남 현지법인(이하 베트남 법인)은 주식 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올해부터 다각화하고 있다. 기관 영업, CW(covered warrant) 등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수익성을 올릴 계획이다.
베트남 법인은 디지털 생태계를 통해 고객의 평생 투자 파트너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온라인 콘텐츠와 투자자 커뮤니티가 조화롭게 구축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온라인 주문 매체를 자체 개발한 KB버디(KB Buddy)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카페버디(Cafe Buddy), 유튜브 채널 에브리버디(EveryBuddy) 등으로 온라인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자체 유튜브 채널은 약 24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경제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도 리테일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갈 계획이다.
또한 베트남 최고의 디지털 증권사를 목표로 고객에게 다양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12월에 초보자를 위한 신규 MTS를 출시했고, 2023년 11월에는 숙련자용 MTS를 선보였다. 초보자와 전문가를 모두 잡기 위해 승부수였다.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 전용 스튜디오인 ‘88TV Studio’를 개설하기도 했다. 실시간 증권 상담 방송, 시황 분석, 종목 추천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실적이 꾸준히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KB증권은 2017년 현지 중소형 증권사인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하며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당시 총자산(2017년 말 기준) 330억원에서 2023년 말 6453억원으로 6년 만에 무려 19배나 증가했다. 총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9억원에서 303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주요 수익원인 마진론(주식담보대출) 평균 잔고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순이익은 75.1% 증가한 12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하노이 증권거래소에서 시장 점유율 탑10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법인, 3년연속 ‘APEA 우수기업’에 선정
KB증권은 베트남에서 사회공헌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 떤킴초등학교에서 해외 무지개 교실 행사를 열었다. 무지개 교실은 국내외 어린이들의 교육과 놀이 환경을 개선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떤킴초등학교의 강당과 교실을 보수하고 IT 장비를 지원했으며, 배드민턴 채와 책 등을 선물했다.
무지개숲 식재 사업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도 진행했다. 무지개숲 사업은 재난에 취약한 지역에 맹그로브 등의 나무를 심어서 위험성을 줄이고, 어업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활동이다. KB증권 김성현 대표와 베트남 적십자사 부 띠 호아 회장 등이 직접 참석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위험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으로 베트남 법인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APEA(아시아태평양 기업 시상) 우수 기업에 선정됐다.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CSI(지속가능 기업 대상)에서는 2년 연속으로 100대 기업에 올랐다. MTS인 KB버디는 언론 매체에서 베트남 최고의 주식 투자 어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B증권이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1억명인데 평균 나이 32.5세로 젊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9위 수준으로, 지난해 경제 성장률 7.09%를 기록했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인 것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깊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이다.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은 약 17만명인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등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 시장의 역사도 짧지 않다. 호치민, 하노이에 증권거래소가 각각 2000년,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상장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며, 이들을 위한 증권사 분석 보고서와 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45%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한 점은 예상치 못한 난제로 꼽힌다. 베트남 증시는 미국의 고관세 여파로 최근들어 연일 하락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CNB뉴스에 “베트남 법인은 현지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베트남 증권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종합증권사로 탈바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