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지난해 순손실 26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까지 임박해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풍의 2024년 실적은 매출 2조 7857억원, 영업적자 1622억원, 당기순손실 2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약 26% 줄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3배 넘게 증가했다. 영풍이 한 해에 2,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같은 결과는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0%대(2024년 3분기말 기준)로 떨어지고, PCB 자회사인 코리아써키트 역시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올해에는 더욱 심각한 경영 악화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받은 58일 간의 조업정지를 실시해야 한다. 제련업계에서는 재가동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4개월간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업정지 이후에는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부산물이자 위험물질인 황산을 처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영풍은 황산을 고려아연을 통해 처리해 왔는데, 최근 환경당국의 규제로 더 이상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넘겨 처리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 당국은 지난해 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황산을 제3자로부터 반입 및 저장하지 말라는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부터 황산 반입을 중단한다고 영풍에 공식 통보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영풍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는 것. 더구나 전세계적인 관세전쟁이 이어지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보니 영풍의 무리한 사세 확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영풍 주주들 역시 최근들어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연 확장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 달라는 요구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은 두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영풍에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물배당 도입,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