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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는 적법한 결의…“다른 기업들 선례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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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예성기자 |  2024.12.25 01:00:48

MBK·영풍 측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고려아연 이사회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의했다고 24일 밝혔다.

집중투표제란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행사하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받은 뒤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투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사 2명을 뽑을 때 한 주를 가진 주주는 총 2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2표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의했다. 해당 주주(유미개발)가 정관 변경의 안건을 6주 전인 12월 10일 제안했다는 점, 또 여러 선례를 보면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 안건 결의에 대해 법적 하자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정관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을 배제하도록 하는 정관 규정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럴 경우 정관 변경을 사전에 해 놔야, 이후 주주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것(정지 조건부 주주제안) 역시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별 이견이 없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선례도 있다.

실례로 지난달 H사 임시주주총회의 경우, 이사 수 상한 10인 중 9인의 이사가 선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됐다.

또한 2021년 3월 HJ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수 상한 8인 중 8인(1인 임기만료)의 이사가 선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3인(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주주총회가 상정되기도 했다.

상법 제542조의7 및 제382조의2는 주주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은 회사’에 대하여서만 집중투표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다른 조건부 안건의 주주제안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게 대다수 법조계의 시각이다.

상법상(제363조의) 총회일로부터 6주 전에 주주제안이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회사가 제안요청을 받고 소집통지 기타 안건작성 등 총회를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상법 제542조의 7을 보면 집중투표청구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취지로 6주의 제한을 두고 있다.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역시 임시주총 개최 6주 전인 12월 10일에 통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런 취지에도 부합하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따라서 다른 주주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MBK·영풍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 역시 모두 6주 전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될 것을 전제로 정관 변경 조건부 안건을 상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역시 마찬가지로 적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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