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차 배터리 전문가…임기 시작
“가슴 뛰는 회사 되자” 혁신 예고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위기 봉착
글로벌 인재 확보로 반전 태세 갖춰
배터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 마침내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의 수장이 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취임 첫 해부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1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띠고 있지만, 김 사장은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며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성취’라는 단어에 가슴이 뛴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해야 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행사 ‘BTC(Battery Tech Conference)’에 참석한 김동명 사장의 말이다.
이날 김 사장은 직접 본인의 ‘커리어 스토리(Career Story)’를 발표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와 비전을 소개했다. 실제 김 사장은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 R&D, 상품기획, 생산, 사업부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한 뒤 마침내 CEO 자리까지 오른 자타가 공인하는 ‘배터리맨’이다.
김 사장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재료공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을 거쳤다.
지난 2014년 모바일 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았으며, 이 기간 동안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김 사장은 전임 CEO(권영수, 1957년생)나 경쟁사 대표들보다도 훨씬 젊은 50대의 나이에 국내 배터리업계 1위, 글로벌 배터리업계 2위(매출액 기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CEO로 선임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일 김동명 신임 CEO는 취임사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후 지난 3월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고,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되며 정식 임기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후 국내외 주주들에게 보낸 ‘CEO 레터’에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깊이 있는 몰입과 강한 실행력으로 압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1분기 ‘직격’
김 사장이 이처럼 ‘경쟁력 우위 확보’를 강조하는 건, LG에너지솔루션을 둘러싼 글로벌 배터리 시장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차세대 친환경 차로 주목받던 전기차의 인기가 둔화되며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고객이자 북미 전기차 시장의 대표주자인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8.5%, 전 분기 대비 20% 하락했다. 유럽 고객사인 폭스바겐, 볼보, 르노 등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는 오토론(AutoLoan, 자동차 담보 대출) 금리의 인상과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 가격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높아진 전기차 재고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4분기부터 배터리 셀 주문량을 일시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위협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2020년 10%대에서 2023년 40%대까지 늘렸으며, 앞으로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6조 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의 8조 7471억원 대비 29.9% 감소했고, 전 분기의 8조 14억원보다도 23.4%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의 6332억원 대비 75.2%나 줄었고, 전 분기의 3382억원보다 53.5% 감소했다. 게다가 이는 미국 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른 세액공제(AMPC) 1889억원이 반영된 금액으로, 이를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이 –316억원이 된다.
2분기 청신호…“무한 성장 기회 도래”
물론, 시장 상황이 마냥 비관적인 건 아니다. 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2분기부터는 북미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셀 출하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력 고객사인 GM이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를 20~30만대로 언급하며 기존 계획을 유지했고, 리튬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이 구매를 미룰 이유가 사라졌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정비 부담 완화, ▲물류비·유틸리티 비용 최적화, ▲원재료비 혁신을 통한 비용 경쟁력 확보, ▲글로벌 공급망 직접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도네시아 현대차 합작공장 본격 가동 및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가동 개시를 통한 글로벌 생산 거점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 확보다. 김동명 사장이 “올 한 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꾸준히 실현해 압도적 기술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한 이유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은 취임 후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CEO 직속으로 미래기술센터를 신설, 센터장으로 기술·양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정근창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외에도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메탈전지(Lithium metal battery)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 초 미국의 배터리 개발 벤처기업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 투자를 실시했으며, 3월에는 사내 독립기업 쿠루(KooRoo)가 서울 지역에 200여 개의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Battery Swapping Station)을 설치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했다. 퀄컴 테크놀로지와도 첨단 BMS 진단 솔루션 개발에 합의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한 ‘BTC(Battery Tech Conference)’도 글로벌 우수 인재 선점을 위한 대규모 채용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MIT, 프린스턴, 코넬, 아르곤 국립 연구소 등 미국 최고 대학 및 연구소에서 선발된 석·박사 인재 40여 명이 참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는 김 사장을 비롯해 CDO(최고디지털책임자) 이진규 전무, CHO(최고인사책임자) 김기수 전무, CTO(최고기술책임자) 김제영 전무, 미래기술센터장 정근창 부사장, 자동차전지 개발센터장 최승돈 부사장, AI/빅데이터·AI솔루션담당 김영훈 상무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날 김 사장은 “꿈과 비전을 가지고 LG에 입사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회사를 이끄는 CEO가 되어 있다”며 “배터리 시장은 이제 성장의 시작점에 서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한다면 무한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